건강해지자

건망증? 경도인지장애?…'치매 검사, 망설이지 마라'

추억66 2009. 9. 24. 09:31

건망증? 경도인지장애?…'치매 검사, 망설이지 마라'

치매, 최근 7년간 연평균 25% 증가 2009년 09월 22일(화)

'가스 불 끄는걸 자꾸 잊었다'.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었다'. '차 열쇠를 그대로 꽂아두고 집에 들어갔다'. 이런 증상이 "몇 번 반복되면 혹시 치매는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질성 정신장애'의 유형인 '치매(F00~03, G30)질환'의 실제 진료 환자수가 2001년 2만9천명, 2005년 6만5천명, 2008년 13만 7천명 등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25%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0대 이하 치매 실진료환자도 5천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다. 치매는 중년이후가 되면 누구나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이지만 막상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이들은 드물다.

◆ 치매, 조기검진으로 예방한다

▲ 지갑이나 열쇠,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는 일,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하는 일 등은 나이가 들면서 흔히 경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때로 '치매로 가고 있다'는 마지막 경고 일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치매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도 가족들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한번 치매가 시작되면 절대로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 치매에 대한 인식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치매는 환자가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수년간에 걸쳐 천천히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최근 들어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많은 연구를 통해 치매 치료는 물론 치매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여러 진단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치매가 진행되고 있을 때 조기 발견한다면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한 검사만으로도 치매 진단이 가능해진 것 역시 최근 경향이다.

전문가들은 치매가 의심된다면 우선 치매 선별 검사(MMSE)라는 간단한 문답형 검사를 통해 1차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고,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를 통하면 좀 더 정확한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전문 검사자와 함께 지능검사를 하듯 진행하는 방식으로 나이, 학력, 인지기능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능한 검사이다.

또한 이것은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단계 역시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매 조기검진이 가능한 검사이다. 물론 이보다도 전 단계에서 치매발생 가능성을 알고 싶다면 양전자 방사 단층(PET) 사진촬영을 통해 뇌 속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독소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찾아낸다거나 혈액검사를 통한 혈액 지표를 통해 치매를 미리 예견 할 수 있다.

◆ 건망증? 혹시 경도인지장애?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듯 자연히 기억력도 조금씩 감퇴하기 마련이다. 치매 역시 다른 질환처럼 초기에 경미한 증상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초기에는 그 증상이 매우 경미하고 아주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을 뿐이다. 지갑이나 열쇠,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는 일,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하는 일 등은 나이가 들면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때로 '치매로 가고 있다'는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의료계는 기억장애의 새로운 범주인 '경도인지장애'에 주목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란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억력을 비롯해 행동, 인지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정상적인 노화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간상태, 즉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이행단계라고 볼 수 있다.

▲ 치매 역시 다른 질환처럼 초기에 경미한 증상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단순한 건망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릴 때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력 저하 증상이나, 이전에는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치매에 비해서는 판단력과 지각 능력, 추리능력, 일상 능력 등이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치매로까지 발전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치매전문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이들 가운데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됐으며 6년간 80%가량이 치매로 이행됐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 따라서 건망증이나 기억력 이상 증상이 남들보다 자주 발생한다면 한번쯤은 정확한 검사를 받아 보아야 한다.

◆ 치매 증상은 어떻게 표출되나

치매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우울증세가 보인다는 점이다.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분명 치매와는 다른 질병이다. 그러나 때론 이런 우울증이 방치되면 실제로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VA 의학센터와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우울증이 심할수록 인지손상의 위험도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2,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증상을 조사하고 6년 후 인지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실제로 우울증을 앓았던 노인들이 인지손상 정도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노년기의 우울증은 치매로 혼동되거나 서로 동반 악화 시킬 수 있다"며 "치매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에 있어 우울증 치료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의 30~40% 정도가 우울증 증세를 함께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활동장애나 지적 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때에도 치매 치료와 함께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치매는 인지장애이고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이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한다.

갑자기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치매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몸무게가 주는 것 역시 몸의 이상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카고대학 러시메디컬 센터 연구팀이 평균 연령 75세의 로마 카톨릭 성직자 820명을 대상으로 최대 10년간 연구를 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가장 많이 떨어진 대상자들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MI가 계속 하락한 사람들은 BMI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사람들에 비해 이후 알츠하이머가 걸릴 위험이 35% 높았다고 한다. 연구팀들은 이는 알츠하이머 발병이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뿐만 아니라 음식물 섭취와 신진대사와 관련된 뇌 부위의 손상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숙한 냄새를 맡지 못 하는 것도 치매 증상의 특징이다. 일상적으로 맡아왔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할 때 알츠하이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시카고 러시대 메디컬센터 로버트 윌슨 박사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후각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사람이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병의 예고 신호인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윌슨 박사연구팀에 따르면 54세~100세 600명을 대상으로 5년 간 후각 기능과 인지기능 테스트를 한 결과, 양파 레몬 계피 후춧가루 등 익숙한 냄새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인지장애 위험이 나타났다.

우정헌 기자 | rosi1984@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