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종 기차 파도 북 제트기 비, 소리 소리…
정신이상 꾀병 등 삐딱한 눈총에 마음고생 곱
올해 나이 마흔인 회사원 김성훈(가명)씨는 10년 전부터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으나 들리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소리도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김씨는 몸이 피곤하거나 술을 먹은 다음날이면 소리가 더 커져서 걱정이 됩니다.
대기업 간부인 이민재(가명)씨는 귀 안의 소리 때문에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회사의 중요 회의 때마다 신경을 바짝 곤두세웁니다. 귀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알려지면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내색도 못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과도 연관
이처럼 가끔 귀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리 종류도 다양합니다. 매미 소리, 종소리, 기차 소리, 파도 소리, 북소리, 제트기 소리, 빗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폭포 소리 등….
어쩌다 한 번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술을 많이 먹었거나 피로할 때, 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귀 안에서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 푹 쉬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줄거나 없어지면 그런 증상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감염이나 고막에 구멍이 나는 경우처럼 기관 이상에 따른 이명은 치료하면 증세가 쉽게 호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과적으로 이상이 없는데 그런 증상이 반복되면 이명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명은 이처럼 바깥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소리가 나는 것처럼 들리는 병입니다. 소리가 크고 지속하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명은 조용한 곳에서는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며 불안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명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정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청각 신경의 손상입니다. 작업 현장의 소음이나 시끄러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장시간 들을 경우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염, 중이 이소골 경화 등 귀 자체의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알레르기,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007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이명 전문 네트워크 한의원인 소리청한의원을 찾은 이명 환자 1만2276명을 분석한 결과 소음이 12.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스트레스 10.5%, 고혈압 8%, 메니애르씨병 5.2%, 중이염 수술 뒤 4.7%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과로, 축농증·비염, 과음 등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으며 원인은 30여 가지나 됐습니다.
오장육부의 기운 부조화와 교란으로 생겨
그렇다면 우리나라 이명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아직까지 이명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없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한 의료기관에서 정부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발병률이 15%가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명 치료가 발달한 스위스의 베른대학 이비인후과 교수로 이명 치료 전문가인 번하르트 켈러할스 박사는 스위스의 경우 이명의 유병률이 17% 가량되며 성인 15명 가운데 1명은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증세가 심해지고 난 뒤에야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할 경우 주위에서 정신 이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는 심각한데 꾀병으로 무시당하기도 합니다. 이명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는 이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명을 인체 내부의 에너지시스템에 중대한 교란이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이를 오장육부의 기운이 부조화상태에 있다고 표현하지요. 특히 한의학은 신장과 귀가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약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이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방 의료기관에서는 이명의 원인을 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기허이명, 신장의 기운이 부족한 신허이명, 간이나 담의 이상과 관련이 있는 간화이명, 담화이명 등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체질별로 구분해 침과 약을 써서 치료합니다. 완치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기에 치료를 받을 경우 완치나 호전될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이명현상이 지속할 경우 곧바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전문가들은 술과 담배를 끊고 과로나 스트레스를 줄여도 귀 안에서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경우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방치할 경우 치료는 물론 일상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도움말 경희의료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김윤범 교수, 소리청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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