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오래가는 기침이 수상하다

추억66 2009. 4. 17. 09:26

오래가는 기침이 수상하다

‘감기가 오래간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에게 증상을 물어보면 대부분 ‘기침’이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기침’하면 ‘감기’가 생각나고 ‘감기’ 하면 ‘기침’이 생각나지만, 감기로 인한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한두 번의 기침은 걱정할 것이 없다. 유독가스나 가래, 미생물 감염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신체반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 100명이 모여 있는 강의실 또는 연주회장에선 평균 1분당 2.5회의 기침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할 만큼 흔한 것이 기침이다. 주의할 것은 며칠씩 지속되는 기침이다. 기침은 가장 흔한 호흡기 증상 중 하나이며, 3주 이상 지속된 만성 기침의 유병률은 비흡연 성인의 14~23%로 보고된다.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기침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흡연자의 경우 만성 폐쇄성 폐질환 또는 폐암의 가능성이 많으며 비흡연자의 경우 후비루, 기관지 천식, 역류성 식도 질환 등이 있다. 대부분의 기침은 호흡기질환에 의하여 일어나지만 기관지에 분포되어 있는 미주신경은 위나 식도 등의 여러 내장기관에도 퍼져 있어 호흡기 외의 다른 장기의 병으로도 간접적으로 기침이 날 수 있다.

후비루 증후군 콧물 넘길 때 콜록콜록

가장 흔한 만성기침의 원인은 40~50%가 코가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후군이다. 후비루 증후군은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을 경우 다량의 콧물이 목 뒤로도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하는 현상이다. 환자들은 목이 간질간질하고 목에 항상 무엇이 걸려있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느라고 ‘음음’ 하는 소리를 내는 버릇이 생기기도 한다.
대개 기침은 누워 있을 때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잠자는 동안 또는 이른 아침에 심해진다. 또한 술?담배를 많이 한 다음 날, 과로했을 때에도 심해진다.

쌕쌕 소리 없이 기침만 나는 천식도 있어

흔히들 숨이 차야 천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숨찬 증상 없이 기침만 발작적으로 하는 ‘기침형 천식’도 최근 많이 증가하고 있다. 기침형 천식에서는 가래가 거의 없는 마른기침이 나오며 그외 숨이 찬다든지, 숨쉴 때 쌕쌕 소리가 난다든지 하는 천식 특유의 증세가 없다.
이런 환자는 기관지가 정상인들보다 예민해서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담배연기, 먼지, 꽃가루 등의 조그만 자극에도 기침이 생기는데, 때로는 말을 하는 것이 자극이 되어 기침이 나기도 한다.

신물이 넘어와도 콜록콜록

만성기침의 다른 흔한 원인으로는 역류성 식도 질환이 있다. 위산이 역류하여 인두나 후두를 자극하므로 만성적으로 기침이 나거나 목이 쉬고 이물감이 생긴다. 대개 속쓰림이나 신물 올라오는 증상이 동반되지만 이런 증상 없이 기침만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잠자는 동안에는 식도로 올라온 위산을 다시 삼키는 연하작용의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점액이 인두에 고일 수 있다. 이는 인후두 부위 통증의 원인이 되며, 간혹 편도 및 그 주위조직이 붓는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되풀이되면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약해져 기침이 심해질 수 있다.
위산 역류는 누워있을 때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 경우 침대 머리 쪽을 10㎝정도 높게 하고 잠자리에 눕기 전 2시간 동안은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 콜라, 커피 등 카페인이 있는 음료, 초콜릿, 향신료를 넣은 음식이나 기름이 많은 음식 등을 피해야 한다.

가래와 기침 2개월 가면 기관지 질환 의심

가래 기침이 2개월 이상 오래 가면 만성 기관지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주로 염증성 분비물에 의해 목이나 기관지 부위의 기침신경이 자극돼 기침을 하게 된다. 흡연에 의한 만성기관지염의 경우 전체 만성 기침의 5~10% 정도를 차지한다. 
기침은 기관지염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나지만 여러 가지 다른 질환이 있을 때도 발생한다. 가래가 과도하게 많이 나오면서 간혹 피가 섞여 나오고 열과 무력감이 따라오면 기관지확장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기관지질환의 경우 기침과 함께 가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 질환은 천천히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데, 오래 두면 기관지가 손상을 많이 받게 되므로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대개 흡연자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먼지나 연기 등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도 나타난다.
기침이 좀처럼 그치질 않으면 흉부 X-선 및 부비동 X-선 촬영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고령이고 흡연의 병력이 있는 남자에서는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 기관지 내시경 등으로 종양이나 기관지 확장증 등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너무 심한 기침을 할 때는 반드시 유의해봐야 한다. 폐렴이나 폐결핵, 폐암, 심부전, 폐색전증 같은 중병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40대 이후 흡연자의 경우 기침의 양상이 이전과 달라지거나 객혈, 호흡곤란, 체중감소 등이 기침과 동반되는 경우에는 폐암의 한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열이 있으면서 식은땀이 나고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결핵일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만성 기침이 있다면 스스로 짐작해서 진단하기보다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알레르기나 특정 약성분도 기침 유발

일부 약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 혈압강하제의 일종으로 고혈압과 심부전 등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억제제 약물은 복용자의 0.2~33%에서 기침 증상이 나타나며, 특히 여성에게 흔하다. 일부 편두통, 녹내장 치료에 사용되는 약들 중 일부도 기침을 유발한다. 이들이 전체 만성 기침의 약 2%를 차지하므로 이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약물 투여 중단 후 수일에서 수주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도 기침이 지속적으로 날 수 있다. 가깝게는 담배연기. 먼지, 곰팡이, 애완동물, 어떤 식물, 세탁용액, 방향제 등을 비롯해 실외에서는 꽃가루, 금방 자른 풀, 작업장의 먼지, 화학가스 등이 요주의 대상이다. 알레르기는 환절기, 특히 야간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 완화 위해선 습도와 온도 조절이 중요

발작적으로 기침을 많이 할 경우 잠깐이라도 누우면 숨쉬기 편하고 호흡양도 줄어들어 기침이 적어진다. 운동이나 찬 공기는 심한 자극요인이 되므로 만성 기침 증상을 가진 환자의 경우 추운 날씨에 외부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 점막에 자극을 주므로 기침을 많이 할 때는 습도를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가습기를 사용할 경우 가습기 내부 및 분무구에 세균번식이 있을 수 있으므로 매일 깨끗하게 청소해줘야 한다. 또한 끈끈한 가래가 목에 걸려 있으면 기침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물이나 음료수를 자주 마셔서 가래를 묽게 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 먼지나 곰팡이가 없도록 늘 청결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며, 환기할 때는 온도 차가 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상면 교수
/헬스조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