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주교 신자들은 천주교 신부를 탁덕(鐸德)이라 불렀다. 사람들을 올바른 삶으로 이끄는 목탁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김대건 신부에 이어 우리 역사상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崔良業·1821~1861) 신부도 당시에는 '탁덕'이라 불렸다. 마카오에서 신학공부를 한 그는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28세에 귀국, 12년 동안 해마다 7000리를 걸으며 목숨을 건 선교활동을 하다 40세에 경북 문경새재에서 최후를 맞았다. 신자들은 그의 죽음을 '선종(善終)'이라 했다.
▶전통적으로 한자 문화권엔 죽음을 가리키는 하고많은 말들이 있지만 '선종'이라는 말은 없었다. 천자(황제)의 죽음은 붕(崩), 제후(왕)의 죽음은 훙(薨), 경·대부는 졸(卒), 선비는 불록(不祿), 백성은 사(死)라고 했다. 한서(漢書)에 '선종'이란 말이 나오긴 하지만 글자 그대로 '사고사나 사형 같은 변사(變死)를 당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죽었다'는 뜻일 뿐이었다.
▶전통적으로 한자 문화권엔 죽음을 가리키는 하고많은 말들이 있지만 '선종'이라는 말은 없었다. 천자(황제)의 죽음은 붕(崩), 제후(왕)의 죽음은 훙(薨), 경·대부는 졸(卒), 선비는 불록(不祿), 백성은 사(死)라고 했다. 한서(漢書)에 '선종'이란 말이 나오긴 하지만 글자 그대로 '사고사나 사형 같은 변사(變死)를 당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죽었다'는 뜻일 뿐이었다.
▶우리 천주교에 '선종'이라는 말을 도입한 사람은 최양업 신부 자신이었다. 중국에서 가져온 한문 교리서를 번역 보급하는 데 온몸을 바친 그는 한문 교리서에 나오는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에 천주교적 삶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보았다. '착하게 살다 복되게 죽는 게 삶의 바른 길'이라는 뜻이다. 그는 박해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착하게 살다 복되게 죽는 것이 영생을 예비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 '선종가(善終歌)'라는 4·4조 노래를 직접 작사해 퍼뜨렸다. 그로부터 20여년 뒤인 1880년 프랑스 선교사들이 최초의 한불(韓佛) 자전을 만들면서 '선종'을 수록해 이 말이 천주교에서 죽음을 뜻하는 말임을 공식화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가파른 현대사 굽이굽이에서 사람들은 어려울 때마다 그를 쳐다보며 그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했다. 일생을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핍박받는 사람에게 바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두 눈을 앞 못 보는 사람들에게 주고 갔다.
▶"당신의 웃음은/무기물질(無機物質)이다/ 불 태워도 타지 않고/ 땅에 묻어도 도저히/ 변하지 않는/ 불멸의 악곡(樂曲)이 되어/ 깊이깊이 연주되는…"(마종기 '선종 이후'). 우리 시대 큰 '탁덕' 김 추기경이 착하고 복된 삶을 마치고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생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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