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큰 사랑’을 심어주고 떠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는 수많은 조문 인파가 몰려들어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교황 특사인 정진석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치러진 명동성당 본관 대성전 안과 바깥쪽 뜰에는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특히 대성전에 들어가지 못한 추모객들은 온몸을 감싸는 영하의 황사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 20일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성당을 나서자 성당 밖에서 장례미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들과 시민들이 고인의 영구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천주교 서울대교구 장례위원회는 이날 성당에 모인 조문객이 약 1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추모객들이 흐느끼기 시작한 것은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미사가 끝나고 김 추기경의 주검이 안치된 관이 성당에서 빠져나온 오전 11시40분께였다.
십자가를 앞에 세우고 김 추기경의 영정을 따라 신부들이 관을 들고 대성전 주 출입구를 빠져나오자 추모객들은 “추기경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울먹이다가 관이 검은색 운구차에 실리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조종(弔鐘)’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운구차가 움직이자 가까이 있던 추모객들은 김 추기경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느끼려는 듯 운구차에 손을 댔고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일부 여성 신자들은 머리에 쓰는 하얀색 미사포를 벗어 흔들며 ‘성인(聖人)’같은 삶’을 살다간 김 추기경에게 이별을 고했다.
대성전 앞을 출발한 운구차가 성당 들머리를 지나는 동안에도 추모객들은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며 김 추기경의 영생을 빌었으며, 일부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운구차가 명동 초입을 지나 삼일로에 접어들자 인도에 늘어서 있던 사람들도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숙이며 “잘 가세요. 편안히 쉬세요”라고 외쳤다.
김 추기경의 장례행렬이 성당을 완전히 빠져나간 뒤에도 추모객들은 못내 아쉬운 듯 연도를 다함께 낭송했고, 일부는 성당에서 추기경의 관이 놓였던 자리에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기도를 올렸다.
뇌성마비 2급인 권순욱(35)씨는 “가족들이 힘드니까 가지 말라고 했지만 존경하는 분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우리를 잘 인도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김 추기경이 선종한 다음날인 17일부터 성당에 매일 들렀다는 김수정(52.여.경기도 구리)씨는 “장례미사를 봤지만 추기경님이 돌아가신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이곳에 계실 동안이라도 같은 곳에 있고 싶었고 생전에 얼굴은 못 뵈었지만 이것만이라도 축복이다. 감사한다”고 울먹였다.
경찰은 대통령 이.취임식 등 국가 행사에 쓰이는 오픈카 2대와 사이드카 13대를 배치해 김 추기경의 장례행렬을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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