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5세 여성 누구나 위험… 2년마다 정기 검진 받아야
소리 없는 여성의 적 자궁경부암.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만 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고 28만 명이 사망한다. 세계적으로는 두 번째, 한국에선 다섯 번째로 흔한 여성 암이다. 높은 발병률에도 불구하고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궁경부암, 왜 발병하고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10~20년 잠복, 자각 증상도 없어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 부분에 발생하는 암으로 흔히 ‘자궁암’이라 부른다. 2002년 국내에서 진단된 여성만 6851명, 같은 해 1009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도 5617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자궁경부암은 발암성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대부분의 HPV는 감염 이후 저절로 소멸되지만 일부가 남아 암을 일으킨다. 다른 암의 경우 발생과 진행속도가 빠르지만 자궁경부암의 경우 10~20년까지 잠복기를 거칠 수 있고 암이 생긴 후에도 1기 말까지 자각 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HPV는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성교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생식기와 피부의 접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콘돔 사용도 확실한 예방책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여성이 자궁경부암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이 유일한 방법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기 때문에 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정기적 선별 검사로 조기발견을
40세 이상 여성의 경우 매년 암검진을 받는 경우가 50%를 넘지만 20~30대는 검진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성생활을 시작했다면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은 30세 이상 여성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대한산부인과학회와 국립암센터는 20세 이상 또는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매년 자궁경부암 선별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백신이 출시돼 자궁경부암 예방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
HPV 유형은 약 200가지가 보고돼 있고 이 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형은 15가지. 그 가운데 발암성 HPV 16형과 18형이 전 세계 모든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월 식약청 허가를 받은 백신 ‘서바릭스’는 이 HPV 16형과 18형에 대한 면역 효과를 갖는다. 최근 대한부인종양콜포스피학회(회장 김경태)가 발표한 서바릭스 임상 권고안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첫 성경험 시기를 감안한 15~17세가 백신 접종의 최적기지만 18~55세의 여성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궁경부암의 경우 연령에 관계없이 성경험이 있는 전 연령의 여성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
15~55세 여성 누구나 위험 노출
임상 권고안 마련에 참여한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그간 26세 이상의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예방이 어려웠으나 26세 이상 여성의 백신 접종 후 항체반응에 대한 임상결과가 나타나면서 높은 연령에도 백신이 효과를 나타낸다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백신 접종 후) 자연적으로 형성된 항체에 비해 8배 이상 높은 효과를 나타내는 항체가 6.4년 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효과는 2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바릭스는 2007년 호주에서 10~45세 여성에 대해 사용허가를 받았고 이후 유럽연합 27개국을 비롯해 세계 89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의학적인 처방은 현재로선 백신이 유일하다. 건전한 성생활이 어느 정도 발병 가능성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완전한 금욕 생활을 하기 전에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약 80%가 살면서 한 번 이상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정기적인 선별검사와 백신 접종을 병행하면 자궁경부암은 수년 내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이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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