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의 발전은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과 행복에 절대적인 기여를 해 왔으나 20세기 말에 와서는 영양 과다로 인한 만성 질환이 늘어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순환기계 질환이다.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질환으로, 얼마 전 미국의 NIH는 비만을 다가올 21세기의 역병(疫病)이라고 정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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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예전에 비만을 부(富)의 상징이라고 여겼으나 이제는 개인의 무능함을 나타내는 수치라고까지 여기게 되었다. 또한 비만이 성인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이전의 소아에게도 많이 나타나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소아 비만은 성인으로 성장한 이후 만성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아주 많을 뿐만 아니라 친구간의 유대 관계와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정신적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되어야 한다. 또한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이 비만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있는 소아는 특히 조심해야 된다.
식이·운동·적절한 약물요법 필요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 운동요법과 적절한 약물요법 등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이전의 소아들은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아 혼자서 하기보다는 부모의 통제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겨울 방학 중에는 부모님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비만을 치료하기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어들게 되어 비만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음식물 중의 지방이 몸의 지방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보다 비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가공된 탄수화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백미, 백설탕, 흰밀가루 등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설탕인데, 설탕은 몸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중성지방을 늘어나게 하며 고인슐린혈증 시간을 증가시킨다. 또한 식욕을 떨어뜨리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며 백혈구의 행동능력을 저하시킨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소인이 30~50%, 환경적인 요인이 50~70%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먼저 부모가 비만인 경우에 유전적으로 비만이 생길 확률이 높다. 비만 유전자는 몸에서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하는데 이 호르몬은 지방 대사와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양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인 아이들 중에는 마른 아이들 보다 오히려 식사량이 적은 경우가 많은데 특히 유전적인 원인으로 비만이 된 소아들 중에 많다. 이유는 유전적 소인으로 생체 대사 능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는데 많은 양의 칼로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육체적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50% 이상이 되는 환경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정비하여 비만을 불러 올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체중을 감량하는 방법에는 몸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과 지방을 연소시키는 방법이 있다. 첫 번 째 방법은 약물로서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초저열량식, 단식과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빠른 시간에 빠른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지만 다시 체중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요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운동 선수나 할 일이지 소아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방법이다.
두 번 째 방법은 음식물을 통해서 들어오는 지방의 흡수를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지방을 연소시키는 자연의 영양소들을 복용함으로써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다. 소아에게 적용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이다.
지방의 흡수를 차단하는 약물로는 ‘제니칼’이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다. 이 약물은 하복부 팽만감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지용성 비타민들의 흡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 영양소들을 별도로 섭취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다.
비타민B군과 칼슘 등 병용해야
한편, 소아에게 안전하면서도 몸의 체지방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는 천연물들로서는 레시틴, 화이바, 동과 등이 있다.
레시틴은 콩에 많이 있는 천연물로서 체지방 제거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뇌에 필요한 영양소로서 비만에 상관없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권장된다.
화이버는 식물성 섬유소로서 변비를 해결해 주고 공복감을 없애주는 아주 좋은 천연물이다. 물에 잘 녹는 섬유질과 잘 녹지 않는 섬유질이 있는데 실제 효과를 나타내는 것들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섬유질이다. 우리 음식물 중에서 질긴 시래기 줄기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다이어트용 섬유질은 차전자 껍질로 만들어져 있으며, 변비가 있는 소아 비만 환자에게 필요하다.
그 외에 소아 비만 환자에게는 체중 감소 뿐만 아니라 성장도 중요하므로 비타민 B군과 칼슘 등을 치료기간 동안 병행해서 복용토록 한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 조깅,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고 근육 운동이 겯들여지면 보다 효과적이다. 1주일에 3회 이상해야 되며 운동 시간은 적어도 40분 이상해야 그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운동의 종류도 중요하겠지만 아이가 오랫동안 해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이의 1일 칼로리를 결정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한 후 지속적인 운동이 함께 한다면 치료가 안 되는 소아 비만은 거의 없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페닐프로판올 아민, 펜플루라민 등과 같은 식욕 억제제나 플루옥세틴과 같은 항우울제도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향후 의약분업 하에서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투여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이번 겨울 방학에 부모님의 지도로 가공 탄수화물 섭취 제한과 지속적인 운동 요법, 그리고 적절한 약물요법으로서 비만을 치료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건강한 21세기를 맞는 뜻깊은 방학이 될 것이다.
글·조현욱(약사, 온누리 제중당 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