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일생동안 많은 변화를 겪는다. 월경, 임신, 출산, 폐경 등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그 하나 하나를 시작할 때마다
여성들의 몸과 마음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중년이 되면 여성의 몸과 마음에 찾아오는 변화는 여러 가지 이상 증세가 같이 나타나고 중년 남성에 비해 신체에 취약한 부분이 많이 나타난다. 여성의 약점을 노리고 찾아오는 질환과 그 대책을 알아본다.
우리 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은 남자보다 5~6세 정도 더 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성들은 남자들에 비해 병을 앓는 비율은 더 높다고 한다. 질병별 유병률(병을 가지고 있을 확률)을 살펴보면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에게 높은 질환들이 많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철결핍성 빈혈의 경우 여성이 남성의 3.8배, 관절염은 2.6배, 정신질환 2.3배, 암·고혈압성 질환 1.8배, 당뇨·갑상선 이상 질환 1.5배, 치과질환 1.3배 등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들 질병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높은 유병율을 보이는 원인 중 가장 첫 번째는 여성의 신체적인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성들은 월경, 임신, 출산, 폐경의 과정을 겪으면서 신체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심리변화가 생겨나고 여러 가지 생리적인 특성들로 위 질환에서 남성보다 더 많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중년이 되면 맞게되는 폐경은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커서 이 시기에는 여성들의 몸에서 취약한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남성들보다 사망률이 낮다. 그러다가 폐경을 전후한 나이에 부쩍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이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필요가 없게된 여성의 몸에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분비되던 호르몬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음으로서 몸에 이상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여성에게 중년은 더 이상 자신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훌쩍 자란 아이들과 한참 일에 몰두하는 남편에게서 자신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겪는 심리적 변화 또한 중년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소가 된다. 여기에 더해서 가족의 건강을 우선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신체적 변화가 큰 중년이 와도 자신의 건강관리는 여전히 소홀하기 때문에 같은 시기의 남성들보다 질병이 잘 찾아오는 것이다.
중년 여성들의 약점을 노리는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고 신체의 어느 부위가 약점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보자.
우울증
중년 여성들 중에는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은 더 이상 어머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고 남편은 한창 자신의 일에만 바빠서 가정에는 관심이 없을 때 마치 빈 둥지에 자신만 남겨진 듯한 커다란 공허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의 변화는 생활의 리듬을 떨어뜨리고 마음에 깊은 골을 만든다. 게다가 30대 후반이 되면 신체의 기능이 저하된다.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때까지 유지했던 건강을 지키기가 힘들어지는 시기인 것이다. 이런 감정적, 신체적인 변화는 우울증을 불러온다. 우울증은 수면 변화, 식욕의 변화, 성기능 저하, 집중력 저하를 가져온다. 이런 증상이 찾아올 때 신체에 찾아오는 질병에 대처하듯 적절하게 다스리면 큰 문제가 없지만 내버려두면 우울증이 점점 깊어지고 합병증을 부른다.
소화기 장애
이 시기가 되면 소화가 안된다, 속이 더부룩하다, 대변을 자주본다, 무르게 본다, 보고 나서도 편치 않은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다. 크게는 위궤양이나 대장 질환을 의심할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심리적인 변화 때문에 생기는 위와 장의 기능성 장애일 경우가 많다. 이런 소화기 장애가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많은 것은 여성들의 움직임이 남성들보다 더 적다는 것과 감정이 민감하다는 데 있다. 잘 움직이지 않는 데다, 감정이 예민해지면 소화기에 변화가 오고 이런 변화는 2차적으로 장애를 불러온다.
자율신경의 변화
중년이 되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슴이 콩콩 뛰고,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을 호소한다. 흔히 가슴이 뛰면 심장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의심하지만 대개는 심리적인 변화 때문에 혈관에 이상이 생겨서 오는 증상일 경우가 많다. 우리 몸이 예민해지고 감정적인 변화가 오면 뇌에서 감정을 움직이는 중추인 자율 신경계도 따라서 예민해진다. 이 변화는 혈관에 변화를 일으켜 가슴이 뛰고 땀이 나게 만들고 눈이 피로하고, 충혈이 자주 오며, 시린 증세를 동반하기도 한다. 또 눈물샘에 변화를 일으켜 눈이 건조한 증상이 찾아오기도 한다.
유방암
중년 여성들이 신경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다. 대개 40세부터 유방암 검사를 권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35세부터 유방암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우리 나라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서양 여성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유방암이 시작하는 시기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에 한 번 병원에서 유방암 검사를 하고 매달 한달에 한 번씩 자가검진을 한다. 보통 자가진단에서 유방암을 발견할 확률이 병원 검사보다 낮기는 하지만 정기검진과 자가검진을 같이 했을 경우 유방암을 조기발견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요도염, 방광염
방광의 요도 기능을 유지해주던 에스트로겐이 적어지면 요실금이 온다. 요실금이 오래되면 방광염이 생기게 된다. 에스트로겐은 질산도를 유지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는데 적어지면 약산 상태이던 질 내부가 건조하게 되면 잡균들이 쉽게 들어와 질염이 심해지고, 질 수축력이 떨어져 성생활시 통증을 호소하는 원인이 되기도 않다.
혈관 변화
에스트로젠은 호르몬 지질대사에 관여하고 혈관내피를 튼튼하게 해준다. 폐경기에 에스트로젠이 낮아지면 혈관내피를 막아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쉽게 침착된다. 혈관에 침착된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와 중풍을 불러오기도 한다.
자궁의 변화
폐경이 가까워지면 자궁에 변화가 생긴다. 폐경이 되면 임신을 위해서 뇌하수체, 난소, 자궁에 연결되어 작용하던 호르몬이 적게 만들어진다. 때문에 난자수가 적어지면서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양이 적어지며, 아예 월경이 멈추게 된다. 이 영향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성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골다공증
몸에서 갑자기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도 에스트로겐의 영향이 큰데, 폐경이 오는 3년에서 5년 사이에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그 후에는 남자처럼 천천히 빠져 나간다. 나이들어서 관절에 통증이 오면 골다공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골다공증은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골다공증의 예방은 이 기간에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인데 아직까지 호르몬 치료 외에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절의 변화
나이가 들면 체중이 늘고 활동은 적어진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서 운동하는 시간이 훨씬 적기 때문에 관절이나 뼈가 약해진다. 근육이라도 튼튼하면 뼈에 무리가 덜 가겠지만 나이들면 당연히 근육도 약해지고, 근육이 약하니까 관절에 점점 더 무리를 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움직이지 않은 만큼 관절은 약해지고, 약해진 관절에 무리를 줘서 움직이면 상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않고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해야 할 때이다.
중년여성들에게 찾아오는 질환을 막고 이 시기를 잘 넘기려면 이 때 찾아오는 신호를 빨리 감지하고 적절한 대책을 취해야 한다. 여성들이 인생의 변화가 큰 중년기를 건강하게 보내려면 다음의 사항들을 행해야 한다.
1년에 한 번은 의사를 만나도록 한다
누구에게나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병이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 정기 건강검진은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가족에게 매여 사는 여성들이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자주 다니는 병원이나 종합병원 가정의학과를 찾아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상담을 하도록 한다. 의사를 만나 이상이 있는지 진찰을 받은 다음 꼭 필요한 검사만 한다면 비용 때문에 특별히 부담가질 이유는 없다. 매년 정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 어느때보다 건강한 생활을 꾸릴 수 있다.
심한 갱년기 증후군이나 골다공증에는
에스트로겐 요법을…
갱년기 증상이 심할 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결핍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것이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가장 흔한 갱년기 증상을 없애 숙면을 도와주며 위축된 비뇨생식기계를 정상으로 회복시켜 준다. 또 심장병, 골다공증 등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으려면 병력과 가족력을 파악하고 유방, 자궁, 혈액, 간기능 검사 등을 해야 한다.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으면 월경과 비슷한 출혈이 생긴다. 많은 여성들이 출혈을 불편해 하지만 증식된 자궁내막이 출혈과 함께 떨어져 나가므로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매달 있는 출혈이 굳이 부담스럽다면 없애는 방법도 있다. 유방의 통증이나 월경 전 증후군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으나 수개월 지나면 대개는 없어진다.
운동을 생활화하고 비만을 경계한다
중년 여성들에게 생기는 질환의 상당부분은 심리적인 면과 신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데서 찾아 온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오는 신체증상은 운동을 통해서 충분히 예방 할 수 있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증강시키는 하중운동을 6대 4의 비율로 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운동은 심장·혈관 질환과 우울증 예방에, 하중운동은 골다공증 방지에 좋다고 한다.
나이 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결과 규칙적인 하중운동은 골밀도 감소를 멎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하중운동은 걷기, 달리기, 춤추기를 비롯해서 테니스, 골프 등과 같이 들어올리고, 밀고, 끌어당기고, 굽히고 뻗치는 것들을 꼽는다. 보디빌딩, 아령, 역기 등도 골밀도에 좋은 하중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촉진시키고, 혈액내 콜레스테롤과 지방질을 정상으로 유지, 심장마비나 중풍 등을 예방하는 작용을 하며 체내 칼로리를 많이 소비해 체중 증가를 막고 몸무게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빨리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스키, 댄싱 등이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은 숨이 찰 정도로 하루 30~60분씩 1주일에 3~5일간 하고, 3개월 이상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철결핍성 빈혈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3.8배 높은 유병율을 보이는데 이것은 여성들이 월경, 임신, 출산, 폐경의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골반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생리통, 성교통 또는 골반 압박감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근종이 커지면 방광을 압박해 빈뇨 등 배뇨장애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갱년기 증상이 심할 때는 결핍된 여성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이는 심장병과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
전문가 의견 강희철(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중년기 이상신호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여성들은 40이 가까워지면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여태까지는 늘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보살핌을 요구하던 자녀들이 점점 자신들만의 세계를 가지려고 하는 데서 오는 공허감이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을 불러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들로 우울증, 소화기 장애 등이 있는데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런 증상들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신체적인 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식욕이나, 수면, 성욕에 변화가 찾아오면 중년기에 찾아오는 이상신호 임을 감지하고 충분한 휴식을 하거나, 새롭게 자신의 일을 찾아 보거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생활 습관을 기르고 병원을 찾아 몸의 이상이 없는지 검진을 받도록 한다.
중년 여성의 50% 이상이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호르몬 요법을 들 수 있다. 호르몬 요법을 쓰면 유방암에 걸릴까봐 두려워 하는 사람이 많은데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1.2% 정도로 미미한 편이고 호르몬 치료를 받는 동안은 의사의 진찰과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이를 통해 조기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또 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람이 유방암에 걸렸을 경우 그 예후가 상당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호르몬 치료를 받으려면 매일 적어도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골밀도 감소를 멎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골밀도를 증가시키므로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