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간식·먹거리

식초의 시대

추억66 2008. 8. 5. 12:38
프리미엄 식초의 시대
1만 년 전부터 사용해온 식초는 음식의 맛을 돋우고 풍미를 좋게 할 뿐 아니라, 건강과 미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수많은 재료를 사용해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식초가 이제 마시는 음료로까지 유행하며 푸드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열고 있다. 바야흐로 고품격 웰빙을 꿈꾸는 ‘식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가 인정한 기적의 물


고대인은 일찍부터 식초의 효험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세계를 돌아다닌 탐험가들이 오랫동안 바다를 항해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식초에 절인 채소를 즐겨 먹은 덕분이라고. 또 중세 시대 식초를 온몸에 바른 덕분에 전염병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금품을 갈취하면서도 병이 옮지 않았던 네 명의 도둑 이야기는 역사의 기상천외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그 외에도 미국 남북전쟁 중에는 식초가 비타민 C 부족으로 발생하는 괴혈병을 예방한다고 믿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제로 쓰였다. 이는 근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비법에 기인하는데,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를 치료할 때 이미 식초를 항생제로 사용했다. 벌꿀과 식초를 섞어 만든 혼합액이 감기, 세균성 폐렴, 늑막염 등 호흡기 질환 치료를 위한 처방전이 된 것.

이후 고대 의사들은 궤양 부위를 소독할 때 자연스럽게 식초를 사용했다. 발 빠른 아시아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이미 쌀식초를 만들었고, 일본은 중국에서 전래된 제조법을 바탕으로 흑초를 탄생시켰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땠을까. 양조법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음을 감안할 때 식초도 그때부터 등장했으리라 추측하며, 실제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식초를 만들어 먹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식초(특히 감식초)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으며,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고 종기를 제거하고 어지럼증을 치료하는 약재’로 식초를 평하고 있다. 이렇듯 식초는 음식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책임지는 세계적인 대표 웰빙 조미료로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나섰다.


속속 드러나는 식초의 효능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과 식초 원액 1큰술을 마셔온 친구가 있다. 발레를 전공한 그녀는 예부터 곡예사들도 식초를 즐겨 마셨다며 “이 황금빛 액체가 뼈를 강하면서도 유연하게 만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 한 이탤리언 셰프는 부모님의 장수 비결로 주저 없이 발사믹 식초를 꼽기도 했다. 정말 이러한 효능들이 식초에 있는 것일까.

작년 말, <생로병사의 비밀>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식초의 우수성을 실험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격한 운동을 하면 젖산이 근육에 쌓이는데, 운동을 한 뒤 식초를 마신 사람의 젖산 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25% 낮았던 것.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이 근육에 쌓이는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했기 때문이다. 초산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 흡수를 돕기도 한다. 또 방부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여름철 도시락이나 초밥 등에 식초를 살짝 뿌리면 잘 쉬지 않고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

식초가 몸에 좋은 이유는 각종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 식초의 신맛은 체내에서 알칼리성으로 작용해 산성을 적절히 중화시키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육류 등 산성 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요리할 때 소금 대신 식초를 넣으면 그의 강한 맛이 음식의 싱거운 맛을 줄여주고, 야채와 함께 먹으면 비타민 C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다.

예나 지금이나 식초가 질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해줄 거라 믿는 식초 애호가들. 식초가 아무리 유익하다 한들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당연히 만병통치약도 아닐 테지만, 요즘 그들의 예찬론이 어느 정도 과학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몸에 좋은 식초, 먹기에도 좋다


대형 마트는 물론이거니와 동네 슈퍼마켓만 가도 최근 국제적인 ‘신맛’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발사믹 식초는 물론 일본의 흑초, 국내의 각종 양조 식초 등 이루 셀 수조차 없는 식초들로 진열대가 넘쳐난다. 유명 백화점 수입 코너의 매니저에 따르면 깐깐한 입맛의 고객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식초라고. “고가의 프리미엄 식초가 인기입니다. 오랜 발효 과정을 거쳐 더욱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이죠.” 요즘 출시되는 건강 식초가 기존 식초와 가장 다른 점은 새콤달콤한 맛을 더해 마시기 편한 음료 타입을 취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 일찍부터 식초를 애용했는데, 마시는 식초는 물론이고 식초로 만든 케이크와 초콜릿도 있다. 심지어 주점에서 식초를 믹스해 만든 칵테일도 판매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마시는 식초는 술이나 과일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천연 식초여야 한다. 식초를 섭취할 때 주의할 점은 농도가 높은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 과다하게 섭취하면 위장에 좋지 않고, 공복 시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시중에 판매되는 식초는 원액 그대로 마시면 몸에 해롭기 때문에 최소 5배 이상 희석해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음료수로 변신한 식초

 

좋은 음식은 입에는 쓰고 몸에는 달다는 말, 식초에는 더 이상 해당 사항이 아니다. 유익한 영양을 듬뿍 품은 이 투명한 액체는 음식에 새콤함을 더하는 보조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현미와 사과, 매실, 포도, 복숭아, 유자 등으로 만든 다양한 식초는 이제 파워풀한 건강 음료의 대명사다.


1 발사믹 식초를 넣은 딸기 요구르트. 믹서에 드링크 요구르트 360ml와 딸기 8개, 발사믹 식초 2큰술을 넣고 곱게 갈면 완성.
2 사과 식초를 더한 사과 파프리카 주스. 사과 2개와 파프리카 1개를 즙을 내어 꿀과 사과 식초 2큰술을 더한다. 주서 대신 믹서를 이용할 때는 다소 질감이 뻑뻑할 수 있으므로 주스(자몽 주스가 어울린다)를 넣어서 갈면 더 좋다.
3 흑초를 섞은 녹차. 볶은 녹차 1큰술을 따뜻한 물 2컵에 우린 다음 생강즙 1작은술과 꿀 2큰술, 흑초 2큰술을 넣어 고루 섞으면 된다. 수정과와 맛이 비슷하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중세 시절, 프랑스 마르세유 지역의 한 마을에서 병에 걸린 사람들의 집을 털던 네 명의 도둑 무리가 잡혔다. 무시무시한 균이 창궐하는 지옥 같은 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무사했을지가 재판관들에게 의문이었다. 도둑들은 몇 시간마다 한 번씩 식초로 몸을 씻었다는 비결을 말해준 대가로 자유를 얻게 되었다는 이 재미있는 사건은 식초의 효능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식초를 이용해 여러 질병을 예방했다는 예는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스트균도 피해 갈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덕분인지, 건강 바람을 타고 식초 열풍이 불고 있다.

식초의 효능을 살펴보면, 우선 새콤한 맛과 향기가 뇌를 자극하여 입맛 없을 때 식욕을 돋운다. 전채 요리에 식초를 많이 쓰는 것도 그 때문. 또한 아세트산과 구연산이 풍부해서 피로의 주범이 되는 유산을 분해해준다. 쉽게 피곤해지는 봄철에 딱 맞는 식품이 아닐 수 없다. 식초로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식초는 음식이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을 도와서 지방 축적을 막아주기 때문. 하루 30ml씩 꾸준히 마시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혈액순환을 도와 혈관과 관련된 병을 예방해주고, 무엇보다 피부의 신진대사를 도와 생기를 되돌려준다.

식초의 이런 효능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작년부터 20~30대 여성들을 공략하는 식초 음료가 유행이다. 음료뿐만 아니라 요리에 사용하는 식초 역시 흑초나 사과 식초, 매실 식초 등 종류가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약 4천 종류의 식초가 있는데 원료에 따라 맛과 향기는 물론 성분이나 효능도 차이가 있다. 요즘 건강식초로 각광 받는 것으로 포도나 사과, 감, 석류, 매실 등을 숙성시킨 과실 식초와 현미를 발효시킨 흑초가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 빠지지 않는 레드 와인 식초나 발사믹 식초 등이 포도를 이용한 대표적인 식초. 레드 와인을 공기 중에 두면 술이 산화되면서 식초가 된다.

 

반면에 발사믹 식초는 보기에는 검붉은 색깔을 띠지만 원재료는 화이트 와인이다. 오크통에 화이트 와인을 부어 2~3년에 한 번씩 오크통을 교체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들이 다양한 화학 작용을 일으켜 색깔과 맛이 변하는 것. 포도 식초에는 폴리페놀이 그대로 용해되어 있어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고혈압과 심장 관련 질병이 염려되는 이들은 사과 식초를 꾸준히 마실 것. 칼륨과 염분이 서로 작용하여 체내의 염분을 배출,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일본에서 생산되는 흑초다. 누룩이나 쌀 등으로 만드는 흑초는 아미노산이 특히 풍부한 식품.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아미노산은 약 20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 몸에서 생성되지 않아 꼭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을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한다. 필수 아미노산은 8종류이며, 흑초는 이 중 7종류의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이제 식초는 부재료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그 자체로 즐기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감식초를 한 숟가락씩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종종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입에 달지 않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사실. 그럴 때 식초를 살짝 데우거나 다른 재료와 섞으면 특유의 강한 냄새가 사라진다. 따뜻한 녹차나 홍차에 넣으면 맛과 향이 한층 부드러워져 물 대신 수시로 마시기 좋다. 요구르트에 딸기나 파인애플, 복숭아 등의 생과일과 식초를 함께 넣고 갈면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파프리카나 당근, 사과, 포도 등의 즙을 내려 식초를 섞으면 더욱 업그레이드된 ‘파워 음료’로 변신한다. 그 외에도 식초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매실주에 식초를 붓고 물과 꿀을 더해 얼려서 셔벗처럼 즐기거나, 묽게 탄 선식에 식초를 넣어 아침식사로 먹어도 든든하다. 단, 식초는 원액을 마시면 위점막이 상할 수 있으니 양을 조금씩 늘리도록 한다. 따뜻한 봄기운에 몸까지 노곤해지는 봄날, 식초 음료 한 잔이면 잠자고 있던 세포들을 깨우는 데 충분하다.

1  후쿠야마 현미 흑초. 일본 후쿠야마에서 1820년에 설립한 양조장에서 만들었다. 300ml, 1만 6천5백 원.
2 유기농 레드 와인 식초. 250ml, 5천 원대.
3 가쿠이다의 2년 숙성된 흑초. 숙성 기간이 길어 영양도 풍부하다. 후쿠야마 흑초 장인 아카이 게지케라 씨가 만들었다. 500ml, 5만 9천 원.
4 8년 숙성한 유기농 발사믹 식초. 250ml, 2만 7천 원.
5 야마모리 아세로라 흑초. 흑초에 아세로라 과즙을 첨가. 500ml, 1만 5천 원.
6 신니빠이 복숭아 흑초. 500ml, 2만 원.
7 쿠로즈야 블루베리 흑초. 블루베리는 <헬스>지에서 장수를 위해 꼭 먹어야 할 식품으로 뽑혔다. 360ml, 3만 3천 원.
8 1년 숙성된 현미 흑초. 1805년부터 이어져온 항아리 제조법으로 만든 식초. 360ml, 3만 3천 원.
9 기코망 하치미츠 유자 식초. 벌꿀에 유자를 혼합했다. 500ml, 1만 5천 원.
10 버몬트 스트레이트.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마실 수 있는 식초. 1L, 6천 원.
11 시콰사 모로미초. 감귤류인 시콰사는 장수 마을로 잘 알려진 오키나와의 특산물. 900ml, 3만 9천 원.
12 쿠로즈야 사과 흑초. 360ml, 3만 3천 원.

* 위 제품 중 ①, ③, ⑪은 비엔트레이드에서, ②, ④는 보라티알에서, ⑤, ⑥, ⑨, ⑩은 매크로통상에서, ⑦, ⑧, ⑫는 폴라리스에서 판매한다.

 

 

 

 

출처 : Tong - justinKIM님의 | food & drink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