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간식·먹거리

토마토 과일일가 채소일까

추억66 2008. 5. 26. 10:52

 

 

 

 

 

 

 

 

TOMATO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마토는 채소다. 토마토는 그 이름도 길고 어려운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짓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그럼 과일과 채소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부터 정의해보자. 과일은 ‘먹을 수 있는 과실나무의 열매’인 반면 야채는 ‘한 해 혹은 여러 해 살긴 하지만 오래 못 사는 풀에서 나는 열매’다. 토마토는 나무가 아닌 한해살이풀의 줄기에 달리는 열매이기 때문에 당연히 채소류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후식으로 먹는다. 구입처도 채소 가게가 아니라 과일 가게다. 식물학적으로는 채소인데 용도는 과일이라는 데에서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아닐까. 일례로 토마토의 정체(?)가 미국 대법원에까지 올라 의심받은 적이 있다. 당시 미국 관세법에서는 채소를 수입할 때 19%나 되는 높은 관세를 물린 적이 있는데, 뉴욕 항 세관이 토마토를 채소로 분류하자 수입 업자들이 크게 반발하며 토마토를 과일이라고 주장했던 것. 결국 대법원에서 “식물학적 견지에서 토마토는 덩굴식물의 과실이다. 그러나 토마토는 과일처럼 먹는 음식이 아니라 식사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에 채소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세금을 벌어들이기 위해 이러한 판결이 났다고 비꼬아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실제로 토마토의 용도가 과일보다는 채소에 가까워 내려진 판결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 슈퍼마켓에 가도 토마토는 채소 코너에 있지 과일 코너에 진열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토마토를 99% 과일로 먹는 입장이니 토마토의 정체를 놓고 앞으로도 계속 입씨름을 할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토마토는 푸른색일까, 붉은색일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덜 익은 푸른 토마토가 시간이 흘러 붉게 익는 경우 외에,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아예 처음부터 푸른 토마토, 정확하게는 초록색 식용꽈리가 엄연히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내면 반들반들한 푸른 토마토와 영락없이 똑같은 모양의 식용꽈리는 중남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식물학적으로 이들은 엄연히 다른 종류다. 같은 가짓과 식물이라도 식용꽈리는 꽈릿속, 토마토는 토마토속이다. 참고로 우리가 먹는 재배종 토마토의 조상은 체리 타입의 야생 토마토이며, 학명은 ‘리코페르시콘 에스클렌탐 셀라시포르메’다. 에스클렌탐은 ‘먹을 수 있는’, 셀라시포르메는 ‘체리 모양을 한’이라는 뜻이다. 그럼 푸른 토마토와 붉은 토마토 중 어느 것이 몸에 더 좋을까? 정답은 붉은 토마토다. 붉은 토마토에는 리코펜·베타카로틴 등 유해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이 푸른 토마토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질문 하나 더. 푸른 토마토와 붉은 토마토 중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 푸른 토마토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요즘 나오는 토마토는 완숙계 품종이라서 비록 색깔이 푸르스름한 경우라도 완숙 상태로 수확하므로, 반숙 상태로 수확하여 익은 뒤 물렁해지고마는 일반계 토마토보다 당도나 식감이 더 뛰어나다. 덜 익은 토마토를 상온에 보관하여 빨갛게 익힐 경우, 당도는 푸를 때와 별 차이 없지만 대신 신맛이 줄어들어 제 맛이 나는 것이다.

 


품종의 차이일 뿐 유전자 변형 식품은 아니다. 방울 토마토와 일반 토마토의 차이는 방울 토마토가 일반 토마토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좋으며 먹기도 쉽고 재배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열량은 방울 토마토가 일반 토마토보다 높으나 둘 다 수분 함량이 95% 이상으로 다이어트에 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산지의 차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방울 토마토의 주요 산지는 충청도와 전라도이며, 일반 토마토는 경상도, 부산, 경기, 강원 지역이다. 참고로 일반 토마토든 방울 토마토든 연중 3~4월에 값이 가장 비싸고, 5~6월에 값이 가장 싸다.




캐시 베이츠와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 제시카 탠디가 나온 할리우드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를 기억하는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점의 메뉴가 바로 제목 그대로 푸른 토마토 튀김이다. 바나나 튀김은 들어봤어도 토마토 튀김은 어쩐지 이상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외로 토마토 튀김은 문헌 속에 등장한 최초의 토마토 요리이기도 했다. 토마토에 대한 최초의 기록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물지>는 1544년 이탈리아인 마티올리가 쓴 토마토에 관한 백과사전이다. <박물지>에 따르면 토마토는 익힐수록, 또한 기름과 만날수록 영양가가 뛰어나다고. 기름에 튀겨낸 토마토를 가늘게 채 썬 바질을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은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사람들이 토마토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토마토를 맛있게 먹는 의외의 방법으로 토마토잼이 있다. 빨갛게 완숙된 토마토 4kg을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기고 꼭지를 제거한 다음 큼직하게 썰어 끓이다 설탕 400g을 2~3회에 걸쳐 나누어 넣고 레몬즙을 약간 넣어 졸이면 된다.


과일 가게에서 파는 가장 ‘덜’ 단 식품인 토마토에 설탕을 뿌리고, 줄줄 흘러내리는 과즙과 함께 설탕물을 핥아먹는 재미 때문에 토마토를 먹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문제는 토마토와 설탕의 궁합은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 B가 설탕의 신진대사에 우선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싱겁기 그지없는 토마토의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에 찍어 먹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등장하곤 한다. 토마토는 다른 과일보다 신맛이 강하고 단맛이 약해 약간의 소금을 첨가하면 신맛이 줄고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신맛과 단맛의 균형은 토마토소스와 토마토케첩의 차이와도 연관되는데, 각각의 맛을 내는 식초와 설탕의 첨가 여부가 토마토소스와 토마토케첩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토마토케첩의 특징은 시큼한 맛이고 이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넣고, 신맛을 억제하기 위해 식초를 넣는다. 왠지 모순되는 것 같지만 단맛과 신맛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설탕과 식초의 양을 동시에 늘린 것이 바로 토마토케첩이 탄생한 배경이다. 맛도 맛이지만, 토마토를 저장 식품화한 것이 바로 토마토케첩인 셈이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새파래진다”는 유럽 속담은 너무 유명하다. 그만큼 건강에 좋은 채소라는 의미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는 법. 토마토가 만인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냉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토마토를 권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토마토는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하는 카로틴과 비타민 B군, 비타민 C와 E 등이 함유돼 있으며 미네랄도 풍부하다. 비타민 A는 점막을 보호하는 작용과 비타민 B군은 인체에 필요한 3대 영양소인 당질·지질·단백질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C와 E에는 항산화 기능이 있다. 식이 섬유가 들어 있어 변비와 콜레스테롤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에도 강력한 항산화 작용력이 있다. 리코펜은 노화 방지, 항암, 심혈관 질환 예방, 혈당 저하 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여러 건 보고돼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40세 이상의 미국인 4만8천 명을 5년간 조사한 결과 토마토를 주 10회 이상 먹은 집단이 주 2회 이하 먹은 집단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도가 45%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종 토마토의 원산지는 안데스다. 안데스를 호령한 아스텍 문명 속에 등장하는 나와족은 나우아틀어를 사용했으며 아스텍 문명과 맞닥뜨린 스페인 원정대 코르테스 일행이 남긴 문서에 등장하는 토마틀(tomatl, ‘불룩한 열매’라는 뜻)이란 말이 토마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야생 토마토를 텃밭으로 이끌어낸 주역인 멕시코 사람들은 토마토를 ‘토마테’로 부른다. 여기에서 토마테는 ‘토마토 베르데(녹색 토마토)’를 말하고, 붉은 토마토는 ‘히토마테(jitomate)’라고 한다. 토마토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나라인 이탈리아에서는 ‘황금의 사과’라는 뜻의 ‘포모도로(pomo d’or)’, 토마토를 고기보다 사랑하는 프랑스에서는 ‘사랑의 사과’라는 뜻의 ‘폼다무르(pomme d’amour)’, 토마토 기르기가 힘들어도 악착같이 길러 먹는 영국에서는 ‘러브 애플(love apple)’이라고 한다.


아시아인은 주로 후식으로,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영국 등 유럽에서는 주로 요리의 맛을 더하는 소스로 만들어 먹는다. 그 유명한 ‘토마토케첩’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샐러드·튀김·볶음·구이 등에도 사용되지만 압도적으로 소스든 케첩이든 토마토를 조미료로 많이 사용한다는 것. 토마토가 조미료로서의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근거가 있다. 토마토는 채소치고는 단맛 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한 편이다. 그리고 토마토 특유의 냄새를 내는 성분인 시트랄·헥사놀·헥사날 등은 육류나 어류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토마토의 신맛 자체도 느끼함을 해소하는 데에 한몫한다. 아시아에서 토마토의 조미료로서의 역할은 미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짐작하겠지만 이미 간장이나 젓갈 등에 선수를 빼앗긴 뒤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토마토는 설탕도 소금도 뿌리지 않은 날로 먹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가장 좋지만, 날것을 주스로 가공해서 팔아야 하는 최초의 업자들은 약간 고민을 했다. 토마토를 주스로 만들어 팔면 자극성이 적고 소화도 잘되며 영양가까지 우수해 잘 팔릴 것 같은데, 밋밋한 맛의 토마토를 주스로 간 다음 설탕이든 소금이든 아무것도 넣지 않으면 과육을 베어물 때의 느낌마저 사라져 더더욱 밍밍한 맛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건강식이라고 소문을 냈는데 설탕을 넣을 수도 없었다. 마침 토마토 성분을 연구해보니 토마토 주스 안에 소금을 넣으면 토마토의 영양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토마토 100g 중에는 나트륨 2mg과 칼륨 230mg이 들어 있다. 칼륨은 짜게 먹어서 생기는 나트륨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무기질이다. 나트륨 함량에 비해 칼륨의 양이 턱없이 많아 주스로 가공할 때 소금을 넣으면 두 무기질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최근에는 소금을 적게 먹자는 움직임에 따라 소금을 넣지 않은 토마토 주스도 나오고 있지만 그 맛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16세기 중엽 스페인을 거쳐 유럽에 들어온 토마토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무려 1백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이 토마토 먹기를 꺼린 이유는 특유의 강렬한 냄새, 그리고 반들반들한 모양새가 당대에 이름을 떨치던 독초 맨드레이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맨드레이크는 창세기에도 등장하는 가짓과의 유독성 식물로, 토마토와 같은 황금색 열매(유럽에 처음 전해진 토마토 색이 황금색이었다)를 맺는다. 뿌리 형태는 인간의 모양새, 특히 부둥켜안고 있는 남녀의 모습과 비슷하며(토마토의 영어 ‘love apple’의 유래이기도 하다), 알칼로이드 성분을 지녀 환각 및 최음 작용이 있다. 맨드레이크와 토마토의 꽃이 색깔만 다를 뿐 모양이 똑같아 이러한 오해가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일단 독초로 몰린 이상 그 누가 용기 내어 토마토를 먹을 수 있었겠는가?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 흉년이 들어 잡초나 독초를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지 않을 수 없게 되기까지는 말이다.


power 1 토마토가 손상된 DNA를 복구시킨다
흡연자 15명에게 2주일간 토마토 주스를 복용하게 했다. 하루 복용량은 1ℓ이상. 2주 후 DNA 검사에서 15명 모두 손상된 DNA가 복구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 성분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DNA를 복구시키기 때문. 리코펜은 노화 방지, 치매와 암 예방 등에도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전립선암에 노출되기 쉬운 40~50대 남성에게 토마토는 최고의 식품에 다름 아니다.
power 2 신진대사를 도와 몸 상태를 건강하게 한다
2주일간 토마토 주스를 복용한 후 혈액 검사에서 몸의 신진대사의 지표인 ‘프로테인’, ‘알부민’, ‘빌리루빈’의 수치를 검사한 결과, 세 지표 모두 급격히 올라갔음을 발견했다.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전체적인 몸 상태를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특유의 신맛이 먹는 이로 하여금 기분까지 좋게 한다.
power 3 토마토와 인간의 수명은 정비례한다
이탈리아인의 평균 채소 섭취량은 우리나라 사람의 채소 섭취량보다 낮다(한국:이탈리아=212kg:176.3kg). 한국인이 무려 1년에 35kg이나 몸에 좋은 채소를 더 섭취하지만 평균 수명은 이탈리아인보다 6~10세 낮다. 전문가들은 이 원인을 채소 섭취량 중 ‘토마토 섭취량’의 차이에서 찾는다. 토마토 섭취량은 우리나라 5.5kg, 이탈리아 75kg으로 무려 70kg이나 차이가 난다. 장수의 비결이 바로 토마토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TOMATO

 

맛|토마토가 건강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 
just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