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간식·먹거리

4월의 재료로 차린 밥상

추억66 2008. 4. 14. 09:42

4월의 재료로 차린 밥상
오늘 저녁에 뭐 먹지?

 

 

제철에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꾸준히 먹는 것이 보약 한재보다 몸에 이로운 법. 딱 지금이 제철인 재료들로 요리연구가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노영희 씨가 ‘맛도 있고 멋도 있는’ 계절 메뉴를 제안한다. 4월에 기억해야 할 재료는 주꾸미, 참조기, 모시조개, 부추, 더덕, 돌나물, 달래 등이다.

 

봄날 오후 나른함이 느껴지거든 장을 보러 나서보자. 노영희 씨는 주로 백화점 식품매장과 하나로마트를 자주 가는데, 특히 생선이 필요하면 광장시장으로 향한다. 그는 “고기와 생선은 단골을 맺는 것이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는 비결이에요. 단골을 맺으면 가게까지 직접 가지 않고도 급할 때 전화 한 통화로 주문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너무 맹신하지는 말아야 해요. 갈비에 기름이 지나치게 많다거나, 생선 상태가 신선하지 않는 등 좋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해야만 다음번에는 신경 써서 좋은 상품을 보내준답니다” 하고 조언한다.

요즘 가장 맛이 좋은 해산물로는 주꾸미, 참조기, 백합이나 모시조개류가 대표적이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주꾸미는 딱 지금이 제철이다. 주꾸미 주산지인 태안반도 몽산포 주변에는 요즘 싱싱한 주꾸미를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주꾸미는 너무 크지 않고 몸통(보통 머리라고 생각하는 동그란 부분)이 통통한 것을 고른다. 샤브샤브용으로 살 때는 몸통을 눌러 쥐었을 때 연한 노란빛을 띠는 것을 골라야 알이 많이 들어 있어 맛이 좋다. 보통은 회로 먹거나 데쳐서 숙회로, 또는 볶음으로 많이 해먹는다. 튀겨서 샐러드에 사용하기도 한다. 볶음을 할 때는 한 번 데쳐서 볶아야 물이 생기지 않는다.
모시조개나 백합, 새조개, 키조개, 바지락 등 감칠맛 풍부한 조개류 역시 이른 봄이 제철이다. 껍데기가 윤기 나고 크기가 일정한 것을 고른다. 익혀서 먹는 것이 안전한 조개류는 주로 시원하게 국물을 내는 요리에 이용하지만 데쳐서 살만 발라내 조물조물 무쳐도 나른한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조개는 강장, 강정,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감소, 시력 보호 효과도 있다고 하니 봄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기助氣는 한자어 그대로 겨우내 허해진 기운을 북돋워주는 생선이다. 양질의 단백질이 많고 지방질이 적으며 비타민 B1, B2 등이 많아 성장기 어린이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노인에게 좋다. 배부분에 노란색을 띤 것이 참조기로, 탕이나 구이 등에 적합하다. 노릇하게 통째로 구워낸 참조기 한 마리면 밥 한 그릇 뚝딱이지만, 때론 가시를 발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에 젓가락이 멈칫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통으로 포를 떠서 요리하면 먹는 사람이 가시와 뼈를 발라내는 불편함 없이 우아하게 조기를 먹을 수 있다.


“어느 날 한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는데 참조기를 통째로 포를 떠서 요리했더라고요. 그렇게 하니 먹기 편해서 손님상 차림에 응용하면 좋겠다 싶었지요. 그때 먹었던 요리에서 채소만 우리 봄채소로 바꿔서 응용해봤습니다.” 그는 참조기를 통째로 주문해 직접 포를 뜨기도 하지만 단골인 광장시장 생선가게에 주문하면 포를 떠서 보내준다고 한다. 포 뜨고 남은 뼈와 살은 매운탕 끓일 때 넣는다.

부추는 사철 먹어도 좋지만 특히 봄에 처음 돋아난 부추는 식구끼리만 먹는다는 얘기도 있고, 아들보다는 사위 준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의미. 어떤 채소보다 양기를 돋워주는 효과가 있다. 부추는 연하고 너무 길이가 길지 않은 것을 골라 바로 무쳐서 겉절이로 먹어도 좋고, 전이나 김치,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거나 무쳐 먹어도 상큼하다.
양배추 역시 봄철에 먹기 좋은 재료. 요즘에는 크기가 작은 양배추가 나와 있어 편리하다. 큰 양배추에 비해 색이 선명해서 샐러드용으로 좋고, 쪄서 쌈으로 싸먹기에도 크기가 적당하다. 쌈으로 먹을 거라면 같은 크기라도 약간 가벼운 것이 한 잎씩 떼기 좋고, 샐러드에 넣을 것이라면 묵직한 것을 고르는 것이 속이 꽉 차 있어 잎이 얄팍하니 좋다.


겨울을 견뎌낸 봄더덕은 약재로도 쓰이는데 진한 향이 매력이어서 별미 중의 별미다. 굵기가 일정하고 향이 진한 것, 잔뿌리가 없는 것을 고른다. 굵은 것은 심이 들어 있으므로 너무 굵지 않아야 한다. 껍질을 돌려 깎아 반으로 쪼갠 뒤 키친타월을 덮고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편 뒤 무침이나 구이, 튀김으로 요리한다. 4월의 주말 저녁, 봄 에너지를 가득 담은 싱싱한 재료들로 건강한 밥상을 차려보자.





(왼쪽)주꾸미양념구이와 양배추찜
재료(4인분) 주꾸미 600g, 양배추 작은 것 1통 양념장 고추장*고춧가루 3큰술씩, 진간장 12/3큰술, 설탕*청주*맛술 1큰술씩,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참기름 1/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주꾸미는 몸통 속의 먹물을 빼낸 뒤 밀가루를 넣고 주물러 씻어서 물에 헹군다.
2 끓는 물에 주꾸미를 살짝 데친다. 그래야 볶을 때 물이 덜 생긴다.
3 양념장 재료를 섞는다.
4 팬을 달궈 주꾸미를 익히다가 양념장을 발라가며 굽는다.
5 양배추는 반으로 잘라서 김이 오른 찜통에 놓고 찐다.
6 접시에 주꾸미 구운 것과 양배추 찐 것을 담는다. 된장 등을 곁들인다.

(오른쪽) 조개초무침
재료(4인분) 백합이나 모시조개 삶아서 살 바른 것 100g(껍데기째 1kg 정도), 미나리 80g, 양파 40g, 쪽파 4뿌리, 붉은 고추 1/2개 조개 삶는 재료 물 1/2컵, 화이트와인 1/4컵, 대파잎 2줄기 양념장 다진 마늘*통깨 1작은술씩, 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고춧가루*설탕 2작은술씩, 식초 1큰술, 고운 소금 1/3작은술

만들기
1 조개는 해감을 빼낸 후 냄비에 담고 물과 화이트와인, 대파잎을 넣고 뚜껑을 덮어서 끓인다. 조개가 입을 벌리면 한김 식혀서 살을 발라낸다.
2 미나리는 다듬어 씻어서 4cm 길이로 썰고 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3 쪽파는 4cm 길이로 썰어 흰 부분은 4등분하고 붉은 고추는 채 썬다.
4 볼에 양념장 재료를 섞은 다음 조개와 야채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왼쪽) 더덕튀김과 너비아니구이
재료(4인분) 쇠고기(등심) 200g, 더덕 100g, 찹쌀가루 1/4컵, 튀김기름 적당량 쇠고기 밑양념 배즙*설탕 1큰술씩, 꿀*참기름 1/2큰술씩 더덕 양념장 진간장 2큰술, 설탕 1/2*다진 마늘 1/2큰술씩, 다진 파 1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쇠고기에 배즙, 설탕, 꿀, 참기름을 넣고 버무려놓는다.
2 더덕은 껍질을 벗겨 길이로 반 쪼갠 뒤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편다.
3 더덕에 양념장을 발라놓았다가 찹쌀가루를 묻힌다.
4 팬을 달궈 고기를 익히다가 꿀을 뿌려 마저 굽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저며 썬다.
5 튀김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끓으면 더덕을 노릇하게 튀겨서 기름기를 뺀다. 먹기 좋은 길이로 썬다.
6 접시에 쇠고기 구운 것과 더덕 튀긴 것을 담는다.

(오른쪽) 부추비빔밥
재료(4인분) 손질한 부추 150g, 밥 1공기, 참기름 약간
무침 양념 진간장*고춧가루 11/2큰술씩, 설탕*다진 파*참기름 2작은술씩, 다진 마늘 1/2큰술, 통깨 1작은술

만들기
1 부추는 밑동을 약간 잘라내고 다듬어 씻어서 물기를 털고 3~4cm 길이로 썬다.
2 볼에 무침 양념 재료를 넣고 섞은 후 부추를 넣고 살살 무친다.
3 밥을 그릇에 담고 참기름을 약간 뿌린 다음 부추 무친 것을 얹어 낸다. 젓가락으로 비빈다.

참조기구이와 봄나물
재료(4인분) 참조기 4마리, 소금 약간, 녹말 2큰술, 식용유, 달래*돌나물 등 50g 조기 밑양념 청주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저민 생강 2쪽 나물무침 양념 다진 마늘 1/3작은술, 다진 파*고춧가루*설탕 1작은술씩, 식초 1/2큰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2작은술, 고운 소금 1/5작은술

만들기
1
조기는 비늘을 긁어내고 포를 떠서 네모나게 모양을 다듬는다. 밑간을 해 20분 정도 둔다.
2 조기의 물기를 걷고 앞뒤로 소금을 뿌린 다음 껍질 쪽에만 녹말을 묻힌다.
3 달래나 돌나물은 다듬어서 먹기 좋게 썰고 무침 양념을 만든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조기의 살쪽을 먼저 구운 다음 뒤집어 껍질 쪽을 굽는다.
5 채소를 양념에 무쳐서 접시에 담고 조기 구운 것을 담는다.

 

 

 

 


요리연구가이며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노영희 씨가 차려내는 밥상은 언제 보아도 감동입니다. 메뉴 자체는 낯설지 않은 한식이 대부분이지만 맛과 담음새가 너무도 정갈하고 세련되기 때문이지요. 그의 아름다운 음식을 대하고 나면 한식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집니다.

이번 호부터 노영희 씨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로 세련되게 밥상 차리는 법을 제안합니다. 가족을 위해 제철 밥상을 차려보세요. 요리 팁과 스타일링 방법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