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Five Birds, Wolverton, Buckinghamshire, England, 1991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리라
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
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라
그러면 그 밀알로, 나 그대를 위해 빵을 구우리
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빗방울처럼 그대가 오리라
그러면 전갈들은 꿀을 모으고
낙타의 등은 풀잎 가득한
언덕이 되고
햇빛 아래 모래알들은 빵으로 부풀고
독수리의 부리는 썩은 고기대신 꽃가루를 탐하리
가난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란 오직 이것 뿐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지평선과 하늘이 입맞춤하는 곳에서
나 그대를
맞으리라
글 :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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