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오른쪽) 충남 예산군 두성은행영농조합에서 이번 달에 수확한 은행 모습. 노란 열매 속누런 속껍질에 싸인 씨핵이 우리가 먹는 은행이다.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canyou@chosun.com
은근한 감칠맛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은행(銀杏)은 예로부터 신선로 등 고급 음식에 빠지지 않았다. 결혼 등 경사스러운 날이나 제사에 쓰는 음식으로도 애용돼 왔다.
은행은 지금 수확이 한창이다. 국내 은행 생산량의 약 40%가 나는 충남 예산군 '두성은행영농조합'을 최근 찾아갔다. 은행 열매 특유의 구린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한두진(45) 영농조합 대표는 "은행 열매는 익어야 냄새가 나는데, 대도시에선 땅에 떨어진 은행이 짓밟혀 으깨지고 상처가 나면서 냄새가 더 강하게 나는 것"이라고 했다.
은행 열매는 겉에서부터 안쪽으로 과육(果肉), 씨앗, 씨핵 등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이 중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얇은 껍질에 싸인 씨핵이다. 이 씨핵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은행인 셈이다. 은행을 얻으려면 수확한 열매를 보름쯤 놔둬야 한다. 열매가 삭으면서 과육을 벗기기에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과육을 제거하면 딱딱한 껍데기가 나오고, 이걸 깨면 얇고 누르스름한 속껍질에 싸인 작은 달걀 모양의 은행이 나온다.
은행이 오래전부터 사랑받은 건 맛도 맛이지만 효능 때문이다. 동의보감 등 옛 의학서에는 은행이 호흡기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옛 어머니들은 가마 타고 시집가는 딸에게 구운 은행을 먹이기도 했다. 한 대표는 "가마 안에서 소변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은행을 구워 먹으면 배뇨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을 날로 먹으면 정반대로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이뇨 효과가 있어요. 신기하죠?"
하지만 은행은 독성물질인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를 함유해 날로 먹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구토·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 대표는 "청산배당체는 은행을 싸고 있는 속껍질에 대부분 들어있다"면서 "속껍질을 제거하고 익혀 먹으면 웬만큼 먹어도 문제 없다"고 했다.
은행의 등급은 대개 딱딱한 껍데기에 싸인 상태에서 결정된다. 껍데기 지름이 13.5㎜ 이하이면 가장 낮은 5등급이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2㎜씩 커져 1등급까지 있다. 두성은행영농조합에서는 상품(上品·2~3등급) 은행은 1㎏당 피은행(껍데기가 있는 것)은 5000원, 껍데기를 제거한 깐은행은 1만원에 판매한다. (041)332-6969, 337-5957
깐은행이 편하지만, 아무래도 피은행이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한다. "다 먹은 우유팩에 피은행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팝콘처럼 빵빵 터져요. 알맹이만 쏙쏙 꺼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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