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 [조선일보]꽁꽁 언 속엔 최고, 홍합탕의 유혹 - 추운 겨울이 제철인 홍합. 조금만 넣어도 감칠맛 나는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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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인기가 없을 수 없다. 요즘 제철을 맞은 홍합(紅蛤) 이야기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인기가 높을수록 이름이나 별명이 여럿인 법. 홍합, 담치, 담채, 섭, 섭조개, 동해부인…. 홍합은 시대별로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홍합은 조갯살이 붉다 하여 붙은 이름. 담채(淡菜)는 "다른 바다 것에 비해 싱겁기 때문"이라는 기록이 조선시대 요리책 '규합총서'에 나와있다. 담치는 담채에서 파생했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섭이나 섭조개라고 불렸다. 동해부인(東海夫人)은 '본초강목'에 나온 이름으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닮았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조개는 대개 찬바람이 불 때가 제철이지만 홍합은 특히 추운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인 늦봄부터 여름까지는 맛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마비·언어장애·입마름 등을 일으키는 삭시톡신(saxitoxin)이란 독소를 품을 수 있어 위험할 수도 있다. 홍합은 살색이 붉으면 암컷이고 희면 수컷이다. 대개 그렇듯 암컷이 훨씬 맛이 낫다. 글리신·글루탐산 등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데다 조개류치고 지질(脂質)이 많은 편이라, 별다른 양념 없이 홍합 몇 개만 넣고 끓여도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의 감칠맛이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홍합을 즐겨 먹었다. 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서는 홍합국물 또는 홍합국물과 닭육수를 섞은 국물에 쌀과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 '섭죽'을 먹는다. '섭국'은 여기서 쌀을 뺀 국이다. 경상도에서는 마른 홍합을 빻아 부수고 참기름을 두르고 미역과 함께 볶다가 물을 붓고 국간장으로 간을 해 끓인다. 충남 보령에선 불려서 으깬 쌀과 홍합을 갈아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쑨 '홍합죽'이 별미다. 데친 홍합을 간장, 청주, 설탕, 마늘, 생강 따위를 넣고 졸인 '홍합초'는 양반들이 귀하게 먹던 고급 반찬이다.
홍합류는 전 세계적으로 250여 가지나 된다. 이 중 한국에는 참담치, 진주담치, 뿔담치, 민물담치 등 20여 종이 분포한다. 엄밀하게 따져서 홍합은 이 중에서 토종인 참담치를 말한다. 하지만 참담치는 요즘 거의 보기 힘들다. 요즘 우리가 먹는 홍합은 거의 전부 진주담치이다. 국립수산원 김정년 연구사는 "홍합 생산량은 매년 약 7만t으로 이 중 자연산은 3000t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양식산인데, 이 양식산 홍합은 거의 100% 진주담치"라고 했다. 김 연구사는 "자연산 홍합도 전부 참담치라고 할 수 없고 참담치와 진주담치가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진주담치가 어디서 왔느냐에 대한 설도 분분하다. 김 연구사는 "진주담치는 지중해가 원산지로, 15~17세기 대항해시대 유럽 선박 바닥에 붙어 건너왔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고 했다. 게다가 참담치건 진주담치건 생김새와 영양성분에서 거의 같다. 둘을 구분할 의미가 별로 없다는 소리다.
이보다는 자연산과 양식산 홍합의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바닷속 돌에 무리지어 붙어사는 자연산 홍합은 껍데기에 해초며 작은 조개 따위가 덕지덕지 붙어 지저분해 보일 정도다. 옆에서 보면 도톰하고, 껍데기를 까 보면 살이 통통하다. 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서 거의 전량 채취된다. 조개상인들은 "제철인 겨울을 맞은 자연산 홍합은 옆구리까지 살이 쪄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조갯살 색깔도 양식에 비해 더 짙다.
반대로 양식산은 껍데기가 자연산에 비해 매끈하고 깨끗하다. 단면은 자연산과 비교하면 훨씬 납작하다. 조갯살도 자연산보다 작다. 요리사들은 "국물을 내 보면 자연산과 양식산 차이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고 말한다. 9일 현재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1㎏당 양식산 홍합은 3000원, 같은 크기의 자연산은 6000원에 팔리고 있다. 양식산은 1년생이고 자연산은 3년산이다. 이보다 씨알이 굵은 5~6년생 자연산 홍합은 1㎏당 1만원에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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