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고흐의 자화상 중 한 점 동생의 초상화로 밝혀져

추억66 2011. 6. 24. 11:04

 

 

 

 

▲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출처=AP통신)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동생 테오의 초상화(왼쪽)와 자화상.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귀와 수염 등에서 차이가 난다.

 

귀 모양·수염 색깔 등 차이


박관규기자 ace@hk.co.kr
후기 인상주의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와 그의 동생 테오(1857~1891)는 굳건한 우애 때문에 인생의 동반자로 자주 묘사되곤 한다. 고흐는 잦은 정신발작 속에서도 동생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고 테오 역시 형이 그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생 재정적 지원을 하며 각별하게 지냈다. 그렇게 돈독한 형제애를 나누던 고흐가 동생의 초상화를 어찌 그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미술계뿐 아니라 미술 애호가 사이에서도 고흐가 그린 테오 초상화가 한 점도 전해지지 않은 것은 오랜 수수께끼였다. 린다 스노크 반 고흐 미술관 대변인은 "그토록 돈독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볼 때 테오의 초상화가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이 반 고흐의 자화상으로 알려진 그림 중 한 점이 테오의 초상화로 분석됐다고 밝혀 그 의문이 조금은 풀리게 됐다.

테오의 초상화로 분석된 그림은 두 사람이 파리에서 함께 살았던 1887년 작품으로, 지금까지는 고흐의 자화상으로 분류돼 왔다. 그림 속 인물은 파란색 재킷을 입고 노란색 모자를 쓰고 있는데 외모가 언뜻 고흐와 비슷하지만 같은 연대 고흐의 자화상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루이스 반 틸보그 수석 연구사는 "테오는 귀가 둥근 반면 고흐의 귀는길고 각이 졌다"며 "고흐가 한쪽 귀를 자른 1888년 12월 이전에 그린 다른 자화상에서도 고흐 귀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초상화는 수염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고흐는 자화상에서 짙은 붉은색 수염과 구레나룻을 자신의 얼굴에 그렸지만, 테오의 초상화에는 노란색이 섞인 갈색 수염이 있을 뿐 구레나룻은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화상으로 일하던 테오는 형의 생활비를 대며 작품활동을 격려했다. 고흐는 그런 동생에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668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그 속에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애틋한 우애를 담았다. 1889년 1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겠지.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고까지 썼다.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고흐가 자살한 동기 역시 동생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고흐가 권총으로 자살한 지 6개월 만에 테오도 정신착란으로 사망했다. 형제는 파리 근교의 오베르에 나란히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