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푸드(black food)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5색(色) 식품 섭취 운동을 펼친 이후 노랑, 빨강, 초록, 흰색, 검정의 다섯 가지 컬러 식품은 건강 지킴이로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5색 식품'의 열기는 조금 시들해졌으나, 검정색 식품은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검은 콩이나, 깨, 쌀 등을 이용한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나와 40~50여 종에 이른다. 최근에는 품종 개량을 통해 초록색 껍질을 검은 색으로 바꿔 영양 성분을 강화시킨 수박까지 등장했다. 칙칙해 보이는 검정색 식품이 이처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 검은 콩의 단백질·비타민 B 효과
검은 콩에는 일반 콩과 비교할 때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약 4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사람의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하면서도 유방암 발병 위험은 높이지 않아 중년 여성의 갱년기 증상 개선을 위한 약이나 건강 기능식품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피부를 위해 검은 콩을 챙겨 먹는 여성들도 많다. 콩에는 육류만큼 풍부한 단백질이 들어 있다. 이 단백질은 피부 탄력 섬유인 콜라겐의 재료가 된다. 콩에 풍부한 식이섬유소는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용 간식으로 볶은 콩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뷰티 숍에서 '먹는 미용'을 표방하며 검은 콩을 튀겨 포장해서 팔기도 한다. 검은 콩을 우려낸 음료나 검은 콩 추출물이 포함된 우유, 아이스크림,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검은 콩에는 각종 비타민도 풍부하다. 보통 육체 피로 해소를 위한 주사제, 드링크, 약 등에는 비타민 B1과 B12가 많이 들어 있는데, 검은 콩에는 이들 성분이 우유보다 약 3배 많이 들어 있다.
검은 콩에 다량 함유된 사포닌과 불포화지방산은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정수현 분당서울대병원 영양센터 연구원은 “사포닌은 해로운 과산화지질 합성을 막아 혈관에 지질 성분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또 불포화지방산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이 둘이 동반 작용을 하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검은콩은 항암·면역증강 등의 효과가 있다.
■ 검은 쌀·깨, 간과 뇌에 도움
검은 쌀에는 식물의 검은 색에서 주로 발견되는 '안토시아닌'이 특히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암 예방, 면역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쌀에는 미네랄이 풍부해 알칼리 성질을 띤다. 알칼리성 식품은 여러 공해 물질들과 음식 산화물로 산화된 몸을 중화시켜 각종 염증 질환을 막는 효과가 있다. 특히 미네랄 중 셀레늄의 함량이 가장 높은데, 검은 쌀에 든 셀레늄은 간 세포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간 세포 파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검은 깨에는 안토시아닌 성분 외에 레시틴 성분이 특히 많다. 레시틴은 대표적인 뇌 활성 물질이다. 뇌 기능이 활성화되면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오징어 먹물, 새로운 블랙푸드로 떠올라
최근에 주목받는 블랙푸드가 오징어 먹물이다.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산업기술개발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징어 먹물에 든 멜라닌 색소에서 분리한 '일렉신'이라는 성분이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 먹물은 또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
오징어 먹물은 먹는 음식뿐 아니라 모발 염색제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징어 먹물의 멜라닌 색소는 사람의 모발 멜라닌 구조와 거의 비슷해 모발 단백질을 파괴시키지 않고 항염, 항균 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과일의 뛰어난 항산화 효과
포도, 오디, 블랙베리 등 검은 색 과일도 블랙푸드 열풍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검은 열매 껍질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함유돼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식물이 곰팡이 균 등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물질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검은 식물에 함유돼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암이 생성되는 개시, 촉진, 진행 등 3단계에서 모두 차단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남선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연구 결과들을 보면 레스베라트롤은 암 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특정 유전자의 신호 전달 과정을 조절해 암을 예방하며, 이미 손상된 세포도 회복 시켜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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