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턴 경험 … 만점 가까운 토익
글로벌 역량에 LG가 반했다
싱가포르에서 BDA(외국계 방송마케팅 회사) 인턴으로 일하게 된 것도 그의 뚝심 덕분이었다. “꼭 한 번 외국 현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소개해 준 기회를 잡아 싱가포르로 떠나게 됐죠. 두 달 동안 룸메이트와 함께 월세방 생활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인턴에게 주는 월급은 700싱가포르달러(약 60만원)였습니다. 월세를 간신히 메우는 수준이었죠. 용돈을 벌기 위해 주말에 영어 과외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그래도 행복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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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인턴을 한 두 곳은 중소기업이다. 그 밖에 그가 인턴을 했던 아리랑TV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에서 대규모로 인턴 채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기 드문 경험이다. 그는 “‘대기업 인턴을 하면 틀에 박힌 경험만 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중소기업·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LG전자가 뽑았다
그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은 곳은 LG전자다. 이 회사의 인재상은 ‘합리적 인재(Right People)’. 즉 열정·실행력·전문역량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인사팀 임효빈 대리는 “중소기업 인턴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박씨의 열정·실행력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역량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LG가 꼽은 대표적 전문 역량은 ‘글로벌’ 감각이다. 이 회사가 최근 강조하는 부분이다. 박씨는 영어교육학을 전공했고 토익점수(980점)가 만점에 가깝다. 싱가포르에서 인턴을 했고 스웨덴·독일 거주 경험을 갖고 있다. LG전자가 2009년 7월 처음으로 뽑은 ‘GMA(Global Marketing Adventure)’ 인턴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인턴을 하는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멘토와 함께 일주일 동안 영국·프랑스 해외법인에 다녀왔습니다. 가게 일곱 곳에 들러 현지 직원을 인터뷰했죠. 잠도 줄여가며 해외 시장 조사를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GMA는 해외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 인턴 프로그램이다. 인턴은 모두 해외 현지 법인으로 출장을 떠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인사팀 남재구 과장은 “LG전자가 글로벌 역량을 강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박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올 9월. 7주 동안의 인턴십을 마친 그는 LG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신입사원이 됐다. 현재는 유럽지역 LCD TV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유럽에 있는 14개 해외 법인에 TV 물량을 맞춰 주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영문 e-메일을 하루 100통 넘게 다룹니다. 영어로 전화·화상회의를 하는 건 예삿일이죠. 영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마케팅 부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모든 보고서를 영문으로 처리한다. 글로벌 역량이 부족한 구직자는 입사하기도 어렵지만, 입사하고 나서도 쉽지 않다.
“나와 LG, 둘만 놓고 생각하라.”
▶면접관=“기억에 남는 마케팅 사례가 있습니까.”
▶박씨=“미국의 비누 마케팅 사례입니다. 100년 전만 해도 샤워 문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누가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이 심했죠. 그런데 한 비누 회사에서 ‘씻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문구를 내세워 비누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면접관=“그 문구 때문이었을까요.”
▶박씨=“미(美)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씻는 사람=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공식을 던져 소비자에게 ‘이 비누를 쓰면 아름다워진다’는 아이디어를 준 거죠. ”
면접장에 있던 다른 지원자들은 짜 맞춘 듯이 최신 마케팅 사례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100년 전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답변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아마도 평소 마케팅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준비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때 제 답변도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메모했던 사례였습니다.”
그는 “인턴 경험을 많이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직자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딪쳐 보지도 않고 겁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높은 경쟁률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과 경쟁하는구나’ 생각하기 쉽죠. 그러면 자신감만 잃게 됩니다. 딱 둘만 놓고 생각하세요. ‘나는 LG만 이기면 된다’고.”
글=김기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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