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혼융되다 보니 한쪽 성(性)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질병들이 성(性) 구분 없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점잖으신 어르신들은 남녀의 구별이 무너지니 질병까지도 섞이나 그런 자조를 내놓으실 만하다.
42세 직장인 김난감씨는 고혈압과 당뇨 전단계 등 대사증후군에 들어맞는 검사소견을 보였는데 그 원인은 과도한 뱃살, 만성 피로 및 과스트레스였다. 김씨의 검사 결과에서 예의 그놈이 어김없이 발견되었다. 요즘 이런 부류의 남성들에게 거의 예외없이 적중하는 검사가 바로 골밀도검사이다.
그는 Z-socre(골밀도 검사에서 동일 연령인 사람들과의 차이를 보는 점수)에서 -2.3으로 연령 기대치 이하를 보였다. 골 연령의 점수가 1.0 감소하면 골절 위험성은 2배 증가한다. 골다공증 환자의 10.8%가 골절을 겪는다. 대퇴 골절이 일어나면 1년 내 10-20%가 사망하며 척추 골절의 경우에는 한번 골절된 환자는 1년 내에 약 20%에서 재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시골 지역의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할 때 여자 노령층의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bed-ridden(침대에 발이 묶인)의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대퇴 골절이었다. 그렇지만 서울대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근무 할 때만 해도 남성에서 골다공증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골다공증은 폐경이 되면서 감소한 에스트로겐이 골실질에 영향을 주어 생기는 병이란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나역시 몇 년전까지 해도 여성에서의 골밀도 검사, 특히 폐경이 지난 후의 여성에서의 골밀도 검사는 필수인 반면에, 남성에서의 골밀도 검사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왠만하면 안 내던 남성 골밀도 검사를 왠만하면 내는 쪽으로 변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왠만하면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의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서 꼭 Z-socre -2.0 이하의 골다공증 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골밀도에서 매우 빈번하게 (-) 상태가 나왔다.
골밀도검사에서 숫자가 (+)로 갈수록, 그리고 숫자가 커질수록 뼈가 튼튼함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들에서 백발백중 골다공증이 와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검사를 내는가? 경험이 쌓이다보니 거의 점쟁이처럼 적중한다.
첫째, 칼슘 및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이다. 우유 마시는 것을 싫어하거나 뼈째 먹는 생선, 짙푸른 채소, 콩이나 해조류 섭취가 부족하면 칼슘 섭취가 부족하기 쉽다. 그 외 식사습관에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아침을 거르거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채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둘째, 술이나 담배를 피는 사람들이다. 술의 알코올 성분은 뼈를 만드는 칼슘과 비타민 D의 결핍을 초래해 골밀도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나의 관찰로는 담배를 피는 사람들에서도 이런 현상은 예외없이 관찰된다.
담배와 술을 병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담배 피는 사람들에서 골다공증 경향이 더 잦은 것이리라. 일주일에 3회이상, 한번에 소주 한 병에서 두 병 이상씩 과음하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골다공증 경향을 나타낸다.
실제로 건국대병원 조희경 교수팀은 40~70세까지의 남성 150여명의 허벅지 뼈 골밀도를 측정하고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를 조사한 결과 매주 소주 2병 이상을 마시는 집단의 경우 허벅지 뼈의 골밀도가 평균 이하로 낮았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셋째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뼈를 강화시키는 운동의 원리는 체중 싣기이다. 체중을 싣는 운동으로는 달리기, 조깅, 걷기, 등산, 줄넘기, 계단 오르기, 각종 구기운동 등이 있다. 골다공증을 가진 남성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전반적으로 활동량이 부족하고 자가용 승차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사람들의 경우 햇빛 노출량이 극히 적음으로써 체내의 칼슘 대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비타민D 생성이 극히 저조하며 혈액 검사에서도 예외없이 저비타민 D 혈증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흡연, 복부 비만등의 심장병을 일으킬수 있는 소질을 가진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골다공증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팀 조사결과에 따르면 복부 비만이나 높은 중성 지방 농도, 낮은 고밀도 지질단백, 고혈압, 고혈당 중 3가지이상의 요인을 가지는 대사증후군이 있는 511명(21%)의 척추 골밀도는 0.857g/㎠으로 대사증후군이 없는 1,964명(79%)의 척추 골밀도인 0.924 g/㎠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이것은 남자들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은 통째로 몰려다니며 나쁜 생활습관 몰림 현상이 우리 몸의 기둥인 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사실에 기인한다.
어릴 때부터 우유 먹으면 설사를 하곤 했던 김씨는 그 이후로는 우유라곤 입에도 대지 않았으며, 식사를 대부분 칼로리는 높고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없는 껍데기 인스턴트 식사로 땜질하고 있었다. 운동은 커녕 하루 걸어다니는 시간도 채 20분이 되지 않았다. 집과 사무실, 술집등을 다람쥐 쳇바퀴돌듯이 차로 이동하는 움직이지 않는 현대인의 좌식생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루 한 갑의 흡연과 일주일 3회 이상의 문제 음주는 속에서부터 뼈를 골병들게 하고 있었다. 다 바쁘다는 핑계가 이 모든 내 몸 빚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김씨의 몸은 허리 36인치의 복부 비만과 고혈압, 당뇨전단계, 고지혈증, 지방간으로 자신의 위기를 항변하고 있었다.
그는 검사결과를 들으면서 골다공증 초기라는데 더 쇼크를 받는 인상이었다. 마침 어머니가 작년에 대퇴 골절로 입원하시고 폐렴까지 얻으면서 생사고비를 넘나드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대한 공포가 컸는데 자신이 이런 병을 얻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내 몸 경영 플랜이 처방되었다. 만성과로 상태에 놓여있던 그에게 10% 더 휴식과 생각중지훈련 하루 10분이 처방되었으며 저지방고칼슘 우유 하루 한컵, 뼈째 먹는 생선, 야채, 두부와 콩류 등 그가 평소 거의 먹지 않던 칼슘 강화식을 권고하였다.
거의 매일 거르고 있는 아침 식사를 되도록 한식으로 섭취하도록 하고 커져버린 대위(大胃)의 80%만 채우는 '락다이어트' 습관 함양을 교육하였다. 비타민 D 생성을 위해 하루 15분씩은 햇빛을 쬐면서 걷도록 하였다.
그도 자발적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 할 수 있는 것들을 바꾸어 나갔다. 내가 이야기 하기에 앞서 담배는 반갑까지 줄여 얼마전 부터는 완전 금연할 날짜를 잡고 있으며 가급적 필요없는 술자리는 줄여나갔다.
7kg 감량후 얼마 전 재검사한 골밀도 검사에서 그의 골다공증 수치는 또래 평균에 비해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놀랄만큼 향상되었다. 몸이 무너지면 뼈부터 무너지는 법이다. 당신의 뼈는 당신의 생활을 나타낸다는 것이 질병 성역(性域) 파괴 시대의 시크릿이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