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는 절대 살수없는 노년의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
은퇴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 열규 지음)
------> 한국학의 석학이자 지식의 거장인 김열규 교수.
그는 자신의 78년 삶에서 두 명의 스승을 모셔왔다. 먼저 공부의 길을 열어준 어머니.
경남 고성의 '여류 문필가'로 알려진 어머니의 언문 제문은 그가 한국학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삶의 길을 열어준 데이비드 소로.
미국 유학시절, 그는 늘 보스턴 근교의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소로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희망은 현실로 이어져 그는 나이 이순(耳順)이 되던 1991년에 고향으로 홀연히 낙향했고,
그 곳에서 노년의 전성기를 열었다.
자연의 시간속에서 농사를 짓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일상의 소요유를 만끽하면서 수십여권의
책과 수백차례의 강연을 하며 한국학의 대중화에 힘써왔다.
어느새 노년의 중반기를 걷고 있는 김열규 교수.
그는 삶의 노숙함과 노련함으로 무장한 노년이야말로 청춘을 뛰어넘는 가능성의 시기이며,
가슴 뛰는 생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진한 향기를 담아낸 <노년의 즐거움>은 인간 김열규가 이미 걷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걸어갈 노년의 자화상이자 희망 자서전이다.
노숙, 노련, 노익장 등 노년의 단상에서 자연과 시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사색까지,
황홀한 노년을 위한 지혜와 더불어 문학과 예술, 현장에서 만난 노익장 분투기까지,
<노년의 즐거움>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깊은 성찰과 희망찬 메시지를 전해줄것이다.
서평단 신청을 하고 받은 책이라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무게감이 왔다.
나는 아직 30중반 노년이 아닌데, 이 책에 끌린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제목에 살짝 눈길이 갔고,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가야되는 인생의 시간이기에
미리 접해보고 싶었다. 자뭇 흥미로웠다.
노년(老年)이라고 하면 그냥 일선에서 물러나서 이젠 이선에서 바라보는 나이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더욱 혈기왕성할 수 있는 시기였고, 마음먹기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래서 더욱 젊은 지금의 내 나이가 부끄러운것도 사실이다.
노년을 맞이해 더욱 하루하루를 값지게 사시는 어르신들보다 더욱 게으러고 유약한 나를 보았기에....
다가올 내일의 노년을 위해 지금 책으로나마 읽어두면 정말 유용하겠다 싶어 읽었는데,
기대이상이었다.
노년은 또다른 제 2의 청년기였던 것이었다. 또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모두 노안이다. 멋진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들 위인의 용모를 , 이들 대인의 풍모를 굳이 노년의 초상화에 담으려 했을까?
젊은 시절의 사진이나 그림은 남겨진게 없어서? 아니면 중장년기의 사진으로는 뭔가 좀 모자랐던 것일까?
------> 젊은 시절은 말할것도 없고 중장년기의 사진이나 초상화로는 이들 거인, 거물들이 이룩해낸,
그리고 그들이 다다른 완성과 성취를 말하기가 모자랐던 것이다.
중장년기만으로는 아직도 무엇인가 미성(未成)하고 미숙했던 것이다.
고려말기의 삼은(三隱), 곧 새로운 조선조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세상을 피해서 살아간 세명의 선비 중
도은 이숭인, 고려말과 조선초 성리학의 대가인 양촌 권근, 조선왕조 창건에 큰 보탬을 준 삼봉 정도전
천하의 대학자요, 선비들인 삼걸이 같이 담소했다.
"나는 북쪽 국경 지대에 첫눈이 내리면 담비 가죽옷을 입고는 준마로 산하를 내달리면서 사냥을 하고 싶소"(정도전)
"나는 말이오, 산집의 작고 깨끗한 방안에 고운 책상을 들이고는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시면서 스님과 마주 앉아
시를 지었으면 하오."(이숭인)
"난 그렇지 않소, 한겨울 흰눈이 뜰에 가득할 때를 맞아서 창가에 자리를 잡을거요.
아침 햇살이 비치는 방에 병풍을 둘러치고는 손에 책 한권을 들고 화롯가에 길게 누울거요."(권근)
이들은 노인으로서 대담을 주고받은 셈인데,
정도전만 빼면 대성들의 초상화도 도은과 양촌처럼 티없이 맑고 정갈한 마음을 풍기고 있을것이다.
노인 대장부를 일컫는 노장(老丈)을 비롯해 노실(老實), 노공(老功), 노수(老手), 노성(老成)
이들 낱말에서 老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다.
노실은 무슨 일에나 익숙한데다 어떤 일에도 성실하고 충실한것을 의미한다.
무슨 일이나 척척 본땡 있게 해내는것이 노수이고, 노공이다.
경력이며 경험이 많아서 일을 솜씨있게 잘 해내는게 노성이다.
------> 오래고 풍부한 경험과 쌓이고 쌓인 식견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밝고 일을 감당해내는 재주가 뛰어난것,
바로 이것이 노 자가 붙은 네 단어가 의미이다.
'늙은 조개가 구슬을 낳는다'의 노방출주(老蚌出珠).
진주조개에서 진주알이 생겨나는 모습을 연상해도 좋다.
놀랍게도 노는 보배며 구슬을 낳는 원동력이 되어 무엇이든 귀하고 값진것을 생산해내는 주체가 된다.
------> 노숙과 노련으로 한층더 기세등등.
숙성 또는 완숙은 과일이나 곡물이 익을대로 익어 농익은 것을 가리킨다.
인생으로 또는 사람으로 쳐서 물씬물씬 익고 또 익은것이 바로 노숙이다.
인격과 인품, 재주나 솜씨 기술등이 남들 까무러칠 정도로 익어 있는것을 의미한다.
결국 노숙은 애쓰고 공들여서 살아온 노년의 빛이고 영예이다.
연(鍊)은 쇠붙이를 불에 달구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것을 의미한다.
노련이라면 노년이이서 한층더 육신을 단단히 단련하고 정신을 드맑게 수련해 사뭇 높은 경지에 오르는것을 의미.
------> 고(考)와 겹치게 된다. '생각할 고' 사고, 고찰, 고려.....
나이 들어서 노가 된다는것은 절로 생각이 깊어지고, 사고의 힘이 강해지고, 사색의 밝음이 쟁쟁하게 된다는 의미.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충실해지고 심사숙고의 도수를 더해가게 되는것이다.
------> 기(耆) '노인 기'라고 읽지만, '즐길 기'가 되고 '힘셀 기'가 되기도 한다.
인생을 즐기고 기뻐하고 누리면서 쾌적하게 상쾌하게 보내는것이야말로 노년의 몫이란것을 은근히
일러주는 착한 글자가 곧 기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노래가사는 여간 엉뚱한게 아니다.
놀긴 노는데 어떻게 노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차근차근, 알뜰살뜰 놀기로는 노년이 으뜸이다.
잘못된 노래가사는 바뀌어야 한다.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젊어서는 못 노나니"라고......
노안이란 노인의 얼굴이다.
백발에 덮인 주름진 얼굴, 야위고 수척한 얼굴들, 다른 사람들의 연민이나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점잖음, 인자함, 아늑함에 다사로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노안이 있다.
온화함과는 대조적이면서도 여전히 긍정적으로 여겨질 권위가 넘치는 엄숙함이고 위용이다.
부드러움과 엄함은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맞물려 있는 노안의 긍정적인 두가지 표정이고 인상이다.
<자화상> 레오나르도 다 빈치
르네상스기의 천재가 그려낸 자신의 노안이다.
거친 바람을 연상시키는 한편, 눈 코 입이 삼위일체가 되어 무언가 짙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멀리 응시하는 눈매, 우뚝한 콧날, 앙다문 입술이 얼굴 전체에 걸쳐 만만찮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인간의 생태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만큼 풍요롭게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뚜렷한 선을 그리며 꼭 다문 입술은 다부지다.
마치 무슨 깊은 생각을 깨물고 잇는 듯.
우뚝하게 솟아오른 코가 한층더 강조하고 있다. 입과 코의 상징성을 눈이 매듭짓고 있다.
응시요, 통찰이며 동시에 깊은 사색이다.
'철학하기'의 눈이며, 생각하고, 사색하고, 명상하는 눈이다.
대표작 <모나리자>와는 퍽 대조적이다.
<자화상>은 1513년경에 그려졌으니 그가 생을 마감하기 불과 6년전이다.
생의 절정기가 저물어갈 무렵에 이 작품 <자화상>을 남긴다.
죽음을 앞둔 그의 미학, 예술철학, 인생관이 짙게 아로새겨져 있다.
생전에 세명의 동방박사 중 한명이 되고싶어했고,
성자가 되고싶어 했던 그의 소망이 마지막으로 열매를 맺은것이,
그래서 그렇게 그림으로 남은것이 바로 그의 <자화상>에 비쳐진 노년의 얼굴이다.
나이든 노년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노망'이란 것이다.
머리와 감각이 둔해지고, 말이며 행동이 정상을 벗어나기 마련인게 노망이다.
노년에 노망이 드는 사람이 아주 적다고 말하기 어려운 가운데 노년이라서 비로소 꾀바르고 약빠를 수도 있다.
노망과 노회는 노년의 음지와 양지이다.
노년이 잔꾀나 간계를 부려대는게 노회(老獪 교활할 회)이거나 노쾌이다.
결과가 나쁘든 좋든 머리가 초특급으로 돌아가야 하고 꾀가 여간 바지런하지 않고는 노회할 수 없다.
전설적 인물 김선달이 다른 사람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말재주며 연기력에 노회를 맞추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골탕 먹이는 즉흥시를 지어낼때 김삿갓의 지능지수를 노회에 견주어도 좋을 것이다.
노망은 머리가 한물간 것인데 비해 노회는 머리가 생생하게 회춘한 것이다.
조금 간교하기는 해도 노년의 머리가 노숙하고 노련해지는 것, 그게 바로 노회이다.
노회의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노년은 늙다리가 아니다. 꾀돌이가 된다.
그래서 노회는 '노현(老賢)' 즉 노년의 현명함과 맞통하게 된다.
나이들어 삶의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을 노퇴라고 한다. 노년에 은퇴하는게 마땅하듯 노퇴하는 것 또한 지당한 일.
노퇴는 도리없이 노쇠며 노약과 겹쳐질 것이다. 늙음은 딱하게도 낡음을 겸하게 된다.
노퇴가 미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물리는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뒤듬바리'라면 바보에다 천치인 주제에 성질까지 못된 인간이다.
'뒤뿔치기'라고 하면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하는 바보 등신을 의미한다.
'뒤'란 글자가 붙으면 많은 것들의 신세가 망가지고 만다.
'뒤'나 '퇴'나 다를바 없다. 그러니 아무리 나이 많이 들어도 음산한 노퇴는 하지 말아야 한다.
나이들수록 오히려 노당익장(老當益壯) 더더욱 건장해지도록 애써야 한다.
황공망의 <구봉설제도>
'설제'는 눈이 그쳤다는 뜻.
모진 한겨울 심산유곡에 겨우 눈이 걷힌, 바로 그때의 바위며 바위 봉우리들을 화폭에 옮겨 놓은것.
멀리 뒤로는 짙은 눈을 덮어쓰고 있는 봉우리들이 치솟아있다.
소박하고 단아한 바위 봉우리를 배경삼아 앞에 자리한 바위가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전면에 귀물스럽게 버티고 있는 우람한 바위가 보는 이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바위의 윗부분이 꼭 사람의 머리와 얼굴 닮았다.
얼굴 한가운데 콧날이 서 있는듯이 보이고 그 위로 두 눈이 찍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턱 아래로 수염이라해도 좋은만한 무늬가 패어있고, 목 부분엔 굵은 주름살이 박혀있다.
대체로 노인의 초상을 닮았는데, 우연치고는 너무나 그럴듯한 우연이다.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조선조 중기 문신인 이현보는 자신의 호를 농암 또는 설빈이라 했다.
농암의 '롱'은 '귀머거리 롱'이라 흔히 쓰이지만, '어두울 롱'의 의미도 있다.
농암이란 호는 침묵하고 있는 바위. 단단하고 야무진 바위로 풀이해도 좋다.
설빈은 '백설같은 귀밑머리'란 뜻이지만 넓게 해석하면 '백설과 같은 백발'로 해석해도 괜찮다.
따라서 농암과 설빈을 합치면 백설을 인 채 침묵하는 바위가 연상된다.
이현보의 두 호 농암, 설빈은 <구봉설제도>를 떠오르게 한다.
노년이 깊어갈수록 이 대선비는 점점 더 바위를 닮아갔을것이다.
호만이 아니라, 인품도 모습도 바위 봉우리를 닮아갔을것이다.
노년의 경지를 어떻게 다듬고 닦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듯이......
일본은 최장수 국가답게 엄청난 노인인구를 두고 있는 셈이다.
폭발적인 노인인구의 증가는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를 낳고있다. 즉 '노인범죄'
독거노인은 체포되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감옥에 가기위해 일부러 죄인이 되는것은 지겹고 고통스런 고독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왠만한 요양시설 못지않은 곳에서 돈 한푼 들이지않고 지낼 수 있으니....
한편으론 고독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으먄 그랬을까 싶은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노후에 자녀가 부양해줄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열명 중 한 명에 불과한것을 나타났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구인회 교수는 14일(09년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 방안'토론회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일보)
------> 조선조 이래 최근까지 이어져온 가족관계며 부자관계는 낡은 폐물이 되고말았다.
자식에게 버림받아 가족의 품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노년, 바로 그 자체이다.
혼자있기를 보람찬 것으로 바꾸어놓아야 한다. 노년이 누려야 할 가장 으뜸가는 나잇값이다.
누구나 나이 먹어서 마음이 부를 수 있도록 삶을 가꾸어야 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금(더 삼가고 가리고 멀리해야 할 일)과 5권(귀하고 소중한 것들)
-----> 노년의 5금
1. 투덜대지 말것.(잔소리와 군소리를 삼가라.)
그악한 말과 행동은 본인 자신에게 해롭다.
2. 노하지 마라.
갑작스런 노기는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부를 수 있다.
3. 기 죽는 소리는 하지마라.
말이 힘을 잃고 소리가 기운을 놓치면 생기가 덩달아 빠져나간다.
4. 노탐을 부리지마라.
고약한 식탐은 건강까지 해칠지도 모른다. 인품까지 엉망이 될게 뻔하다.
'소탐대실'이란 말처럼 적은것을 탐내다 큰 이득을 놓친다는 뜻이다.
'노탐대실'할수도 있다.
건강을 놓치고, 인품을 잃고, 결국 인심까지 잃고는 미움덩이가 될수있다.
나이 들수록 욕심을 줄이고 줄여서 마음을 비울 수 있어야 한다.
5. 어제를 돌아보지 마라.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나이가 들수록 지켜야할것, 가려야 할것들이 늘어만 간다.
그러니 삶을 대햐는 태도도 노년에 들어서 한층더 다부지고 야무져야 하는것이다.
-----> 노년의 5권
1. 유유자적, 큰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라.
유유는 서두르거나 안달하지 않는 느긋함이고, 자적은 자연스레 일이 되어가는대로 행동하거나 마음을 내맡기는 것.
근심이 짙을수록 걱정이 많을수록 마음을 크고 넓게, 너그럽게 가져야한다.
2. 달관, 두루두루 관대하라.
웬만큼 마음 상하거나 언잖은 일, 어쭙잖은 일을 당한것이 아니라면 못 본듯이 못 들은듯이
외면하고 마는것이 노년의 크나큰 미덕이다.
3. 소식, 소탈한 식사가 천하의 맛이다.
소식은 적게먹는 것이다. 노년들에게 과욕은 독이고 적이다. 특히 먹는 일이...
일본엔 '배 팔부'란 말이 있다. 음식을 먹되 배가 덜 찬듯이 먹는 것이다.
일본이 세계 제일의 장수국가로 백살이상의 노인인구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적게 먹는 소식에 있다.
소식(素食)은 맛좋고 빛 좋은 그래서 손질 많이 하고 양념 많이 친 음식을 먹지않는것을 의미한다.
채소라면 밭에서 거둔 그 상태로 그대로 먹어야 할것.
자연히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도 소탈해야 한다.
소식(小食)에 겸해 소식(素食)을 함께하면 자연히 음식을 두고 잔소리며 군소리를 하지않게되고,
더불어 몸이 실해지고 마음은 편해질것이다.
4. 사색, 머리와 가슴으로 세상의 이치를 헤아려라.
노년에 머리를 많이 써야한다.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란 소리는 아니다.
책을 읽는게 도움이 된다. 명상록이나 단상집이나 잠언집이면 금상첨화일 것.
5. 운동, 자주 많이 움직여라.
보다 더 연속적이고 보다 큰 움직임을 평소 몸에 붙여서 일상의 습관이 되고 생활의 리듬이 되게해야 한다.
바지런히 몸을 놀려서 일하는 것이 노년에 몸을 관리하는 비결 중 하나이다.
밭일이 가장 바람직하며, 보행과 산책도 노년의 운동으로 이상적이다.
-----> 도나텔로가 그려낸 노년의 미학
목 위로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이고있고, 온 몸엔 누더기를 걸친데다 쭈그렁바가지 같은 얼굴,
영락없는 노년의 모습이다.
약간 갸우뚱하게 기운 고개며, 아래로 내리깐 눈길이 주는 인상이 예사롭지 않다.
그녀의 맞잡은 두 손과 함께 보면 절실함과 애틋함 경건함이 어우러져 있는것이다.
비천하고 참혹한 외모에 비례해 부각되고 있다.
가난할수록, 궁핍할수록, 시달릴수록, 더 깊어져가는 信心이 온 몸에 어려있다.
80가까이 살다간 도나텔로는 점차 노숙하여감에 따라 노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름답고 건강한 젊음을 찬미하던 르네상스 시기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르네상스의 미학에는 젊음과 누드와 나란히 노년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도나텔로는 노년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르네상스 정수인 천재화가에게 노추(老醜)란 말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노미(老美)라고 불러야 할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생리적인 힘이 기운뒤에야 비로소 정신과 영혼은 드높아지는 역설.
이것은 나이가 들만큼 들어 노년이 되어야 비로소 일구어낼 심성이요, 정신이다.
늦겨울과 초봄의 경계에서 아직도 맹위를 떨치는 추위와 눈바람 가운데 피어난 매화에 견줄만한 인물이 조식이다.
매화꽃을 '빙자옥질'.
빙자(氷姿) 란 얼음같은 모습, 옥질(玉質)은 빙자의 겉모양에 간직된 백옥같이 고결한 품성.
빙자옥질은 겉모습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속에 담긴 성품이며 성질이 냉철하고 단아한다는 의미도 내포.
조식의 초상화엔 두려움이 일 정도의 엄혹함이 어려있다.
머리는 백발, 눈썹은 서릿발, 수염은 고드름이다.
그 백설같은, 백옥 같은 흰빛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가운데 얼굴이며 낯빛은 싱그럽기만 하다.
매화요 노송인 조식이 작은 칼을 항상 품고 다녔다.
호신용이 아닌 흐트러지고 흐려질지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에 대고 날을 세운것이다.
자기 자신을 경계하는 수단으로 칼을 품고 다닌것이다.
나이든 선비의 모습에서 번득이는 추상(秋霜ㅋ)과 칼날을 보는것이다.
노년의 또다른 거룩하고 엄숙한 모습이다. 조식의 진면목이다.
노년의 조식은 매화이고 노송이며 칼날이다.
그래서 그에게서는 노년의 기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어둠이 무겁게 깔려있는 24일(09년 2월) 오전 6시 45분.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 현관에 노신사가 검정색 승용차에서 내려 2층 당뇨병 센터로 총총히 사라진다.
올해 93세인 김응진 명예회장.
대기실엔 벌써 그의 '마지막 진료'를 받기위해 20여명의 환자가 기다리고 있다. (중앙일보)
70년간 의사로 직분을 다하며 국내 최고령 의사로 활동하다 마침내 또다른 삶을 찾아 퇴임한다는 내용의 기사.
옛날 같음 나이 50이 첫 단계의 노년 '초로', 60이 '중로', 70이 '대로'이다.
그런데 김응진 명예회장을 보면
90이 '대로', 80이 '중로' 70이 '초로'가 있는것으로
60으로는 미숙해도 한참 미숙해 노년 근처엔 얼씬도 못할 지경이다.
"올해 내 나이 아흔이지만 여러분과 똑같은 새내기로 출발합니다."
올봄 일본 도쿄 인근 하치오지 시 에이메이칸 중고등학교장으로 부임한 오카모토 타케오 씨의 말이다.
나이 90에 새내기라니? 당치도 않는 망발이라 욕을 먹었을것이다.
그런데 이 대로를 교장 자리에 앉힌 학교의 의견이 더욱 놀랍다.
정년이 남은 교장은 특별한 개혁 시도를 안 하려고해서 90세 교장을 발탁했다.
60대도 못할 새로운 개혁의 선구자로 90이 걸맞다는 생각!!!!
천지개벽할 참신한 발상이다. 그래서인지 그 학교의 젊은 교사들은 실망은 커녕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의 토요장터는 할머니 천국이다.
정터엔 모두 300여명의 상인들이 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중 100여명이 할머니들이다.
유독 할머니 장꾼 앞에만 1000여명의 손님이며 관광객이 북적이다 보니
장흥읍의 토요장터는 명실공히 '할머니장터'이다.
장단에 맞추어 호객하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가 파도처럼 술렁대니
할머니 장꾼들의 노색(老色)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장흥읍의 토요장은 전통적 오일장과는 별도로 군에서 노인복지와 노년 활성화를 위해 계획한 것이다.
할머니 장꾼 한사람당 장이 열릴때마다 만원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장세는 한층더 활발해지고,
군 전체의 노년들의 사기도 돋우게 된것이다.
관의 주도로 성공한 노인복지 사업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생(餘生)의 여는 넉넉하고 충만한 것이다. 풍요(豊饒)의 요와 뜻이 통하는 글자이다.
단 한순간도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에 묶여 일하는 짓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웰빙"의 기본적 뜻은 '풍요롭고 건강하게 삶을 지탱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육체적 건강을 누리고 물직적 또는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것.
이차적으로 인품을 가꾸고 교양을 닦고 정신적으로 완숙하기를 기도하면서 건전하게 삶을 가꾸어 가는것이다.
따라서 웰빙은 젊은이의 몫이라기 보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노년의 몫이다.
노년은 둘레를 초록으로 갈무리하고 일상을 초록빛으로 무늬지게 해야한다.
'새파란 노년'이게 해야한다. 그것은 노년의 인생철학에서 금과옥조가 된다.
초록은 생명의 바탕색이다.
어느 색깔의 꽃이든 초록을 바탕으로 비로소 피어난다.
초록은 평화이고 안식이다. 인간정서의 안존감, 인간 감정의 안정이다.
묵상도 초록으로 물들때 비로소 명상의 경지로.
뇌신경의 안정과 활기를 동시에 살려내는것이 초록이다.
-----> '가드닝(gardening)' 뜰이나 정원을 가꾸는 것이라면 단연 영국이 세계제일.
미국도 교외주택의 경우 가드닝이 절대적.
동양에선 일본이 유일한 '가드닝 국가'일것같다.
가드닝의 녹색지수는 국가의 문화 수준을 대변하는것 같다.
가드닝은 노년자체를 파랗게 가꾸는 일이다.
녹색지수를 높이면 노인의 생명과 몸도 함께 싱그러워질 것이다.
내게는 찰랑대는 파도의 설렘이 초침이 되는 새벽이 있듯이,
찌르륵대는 풀벌레의 울음이 분침이 되는 한 밤도 있다.
나의 머리가 하얗게 세어감에 따라 시간의 색깔은 짙어만 간다.
가령,
언제가 분홍빛 시간이냐고 물으면....
새벽녘 물마루에 떠오른다. 동녘 하늘을 붉게 밝히면서 찾아든다.
미적대는 어둠을 밀쳐내듯 눈을 뜬다.
창을 열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내 가슴이 분홍빛을 띠면서 똑딱인다.
초록빛 시간은....
봄날에 캐낸 쑥 다발이 커지는것처럼 아침시간은 간다.
한장 두장 따낸, 엄나무의 여린 속잎으로 시간을 잰다.
그러다 지치면 갓 돋아난 풀밭에 주저앉는다.
팔다리를 뻗고 누우면, 나의 초록빛 시간도 싱그러움을 더한다.
새벽노을이 끼었다 사라지는 것으로 재는 시간이 있듯 저녁녘 황혼이 지는 것으로 마감되는 시간도 있기 마련이다.
시간을 누리는 사람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지 아니면
소극적이고 피동적이고 수동적인지에 따라 시간이 질이 달라질것 같다.
시간을 직접 운행하는 사람, 시간이란 자동차를 제 마음대로 몰아가는 사람(시간의 주인)을
시간의 자동차에 멍청히 몸을 맡긴채 눈을 감고 조는 사람(시간의 노예)과 비교할 수는 없다.
고들빼기, 씀바귀, 냉이, 달래, 민들레.....
그 줄기기 세어지고 잎이 누렇게 타면서 네게 봄이 저만큼 뒷전으로 물러났음을 알린다.
산나물, 들나물 따라 짙푸르러가는 시간 곁엔 그때그때 골라마시는 차에 맞추어 향을 토해내는 시간도 있다.
엷은 녹색의 찻물 위에 백옥 같은 매화 꽃송이를 띄워 이른 봄을 마신다.
영춘화의 노란 꽃잎이나 진달래의 연분홍 꽃잎이 찻잔에 드면 나의 봄은 바야흐로 만개한다.
그 즈음 갓 움튼 차나무잎, 그 작설의 뾰족한 잎을 우유에 섞어 갈아마시면,
봄은 더없이 싱그러워진다.
흰 감꽃 몇송이가 찻잔에 여름 기운을 드리우는 바로 그때,
인동초의 짙은 단내가 차를 머금은 나를 기쁨으로 설레게 한다. 그러다
가을을 맞으면 나의 녹차 잔은 꽃 박람회장이 된다.
묵직한 국화 송이가 흰빛, 자줏빛, 노란빛으로 알록달록하게 그 자색을 뽐내면
나의 찻잔은 만화방초의 뜰도 부럽지 않다. 그러다
비파꽃의 아릿한 향이 찻잔에 어리면서 나의 겨울은 농익어간다.
차와 함께 짜릿함이 입 안에 번지면 이른 봄이다.
달콤함이 더욱 아기자기해지면 어느덧 여름이고,
고소함이 자욱해지면 가을이다.
그런 뒤에
매큼함이 차맛과 어우려지면 바야흐로 한겨울이다.
시간의 색깔이 짙어져감에 따라,
계절마다 피어나는 각종 나물과 꽃이 피어나는 시간마다
더욱더 성숙해져가고, 농익어져가는 그 노년을 과연 어디에 견줄까?
노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고,
생동감이 넘칠 수 있고,
독립적일 수 있음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게되는 곳이기에
이 책을 읽고 희망을 가져본다.
내일의 노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오늘의 나는 더욱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할것이다.
노년은
두려움의 시기,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남은 삶들을 이전의 삶들보다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가슴 뛰는, 기대가 되는 제 2막의 삶인 것이다.
아울러,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기막히게 좋은
노년의 삶을 그때가 되면 나도 살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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