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눈을 감았습니다. 향년 85세.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거인이 쉬러갔습니다. 살면서 다섯 번이나 넘겼던 죽을 고비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대통령이 되고 2000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그였죠.
커다란 죽음 앞에서 그의 공과를 들먹이며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잠깐 눈을 감고 묵념을 할 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슬픔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져 평생 짊어졌던 고뇌들을 이제 내려놓고 편히 떠나시길 바랍니다.
이희호 여사는 1980년대 미국 망명 시절을 두 사람만의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한다. 이때 같은 망명객이었던 필리핀 아키노 상원의원 부부와 만나 식사를 하곤 했다. 위 사진은 잡지 <피플>에 실렸던 것으로 이 여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시절 부엌에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다.
많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우선 슬퍼합시다. 그리고 생각을 합시다.
한 사람이 죽어도 큰 일 인데, 나라의 큰 어른이 잇달아 돌아가셨습니다. 변고도 이런 변고가 없죠. 꼬맹이도 한국 역사의 엄청난 순간을 맞고 있다는 걸 느낄 거예요. 2009년 초여름부터 늦여름에 걸쳐 일어난 두 죽음은 날씨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뜨거운 죽음’입니다.
차갑게 얼어있던 사람들 마음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16대, 15대 전직 대통령이 거푸 죽음으로써 얼음장 같던 마음에 금이 갔습니다. 그들이 생전에 품고 있던 열기가 전해졌기 때문이죠. 역사라 함은 우리의 정신에 가치를 새기는 일, 조금은 말랑말랑해진 정신에 우리는 뭐라고 적어야 할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함께 얘기해야 합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그저 두 번의 장례식이어서는 안 되죠. 한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 말이 씨가 된다고 그 10년을 다 잃어버렸고, 두 대통령마저 잃었습니다.
지난 2007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얘기가 들끓었습니다. 이 구호는 사람들에게 절묘하게 먹혔죠. 정권을 잃어버렸다고 칭얼대던 사람들은 그 10년 동안 더 잘 먹고 더 넉넉해졌지만 많은 사람들은 밥벌이 문제로 헉헉대었던 게 사실입니다. 보통 서민들은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고, 결국 자유주의세력은 정권을 내놓게 됩니다.
그렇다고 행복한 세월이 왔는냐, 사람들의 표정을 보십시오. 깨달음은 언제나 늦죠. 불과 몇 달 만에 그 10년이 그나마 살기 좋았던 시절이라는 걸 느끼는 사람들, 뒤늦게 땅을 칩니다.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면서 지난 10년은 진짜 ‘잃어버린 10년’이 되어버렸습니다.
말이 씨가 되는 법, 지난 10년 동안 이루었던 사회문화경제정치 모든 영역에서 돋아나던 싹들은 말라 비틀어졌고, 땅은 까뒤집어졌죠. 그 모든 걸 잃어버렸고, 끝내 그 10년을 이끌었던 두 사람마저 우리는 잃어버렸습니다. 쉴 새 없이 흠집 내기에 열 올리던 사람들은 이제 누구에게 돌팔매질을 할 건가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편히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그래픽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편하게 떠나셨으면 합니다.
삶과 죽음은 맞붙어 있습니다. 우리도 평생 살 거 같지만 100년 뒤, 우리는 흔적조차 남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죽음을 겁내는 게 아니라 지금 제대로 사는 것, 배부른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깨어있는 삶을 사는 거겠죠.
깨어있는 삶이란 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보고 공부하는 겁니다. 거기서 일그러진 한국현대사와 뒤틀린 정치사를 만날 겁니다. 그 가려졌던 진실이 오늘날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는 겁니다. 뿌리를 알고 사는 사람과 그냥 별일 없이 사는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한국사회를 걱정하셨죠.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되어야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다”면서 시민들의 깨어나서 움직이길 바라셨죠. 그가 시원하게 떠날지, 영원히 속을 태울지는 시민들에게 달렸습니다. 그의 죽음이 시민들 가슴에 전해졌으면 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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