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49재·안장식]
추모객 3만명 '마지막 배웅'
비석엔 6글자 '대통령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일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흙으로 돌아갔다. 지난 5월23일 마을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 지 49일 만이다.
↑ 참배객들이 운집한 봉하마을 전경. 김해=오대근기자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열린 정토원 법당에서 권양숙 여사 등 가족들이 예불을 올리고 있다. 김해=오대근기자
↑ 10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거행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장식에서 일반시민들이 비석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해=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노 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이날 낮 12시 봉화산 사자바위 아래에 조성된 묘역에서 안장식을 거행했다. 고인이 영원히 몸을 뉜 곳은 태어나 자란 생가와 퇴임 후 짧은 여생을 보낸 사저, 죽음을 맞은 부엉이바위 등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3만여명의 추모객들은 옷이나 모자 등으로 마을 전체를 노랗게 물들이며 고인의 영면을 지켜봤다.
안장식에 앞서 오전 9시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49재가 열렸다. 정토원은 화장된 고인의 유골이 안치돼있던 곳이다. 49재에는 권양숙 여사, 노건호ㆍ정연씨 부부 등 유가족과 한명숙ㆍ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문재인ㆍ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30여명이 참석했으며, 조계사 주지 세민스님이 설법을 갖고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같은 시각 해인사에서도 49재를 열고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이 법문을 했다. 49재를 올리는 동안 봉하마을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추모 문화제 '잘 가오, 그대'가 열렸다.
49재를 마친 고인의 유골은 운구차에 실려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 사이로 사저 앞으로 옮겨졌고, 건호씨가 유골을 가슴에 안고 묘역에 도착하면서 안장식이 시작됐다.
안장식은 군 조악대 연주로 시작해 불교ㆍ기독교ㆍ천주교ㆍ원불교 등 4대 종단의 종교의식, 유가족과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각 정당 대표, 시민사회 원로 등의 헌화와 분향으로 이어졌다.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 등 시민대표 14명도 꽃을 올리고 향을 피웠다. 안장식 사회를 맡은 문성근씨는 시민대표 14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고인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한평생 삶과 서거 이후 추모 열기를 담은 10분 안팎의 추모영상물이 상영됐다. 고인이 애창곡 '상록수'를 부르는 장면에서 추모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끝으로 유골을 땅에 묻는 봉안식이 거행됐다. 건호씨가 유골을 모신 백자합(직경 30㎝, 높이 25㎝)을 연꽃모양의 석합(직경ㆍ높이 50㎝)에 넣었고, 석합은 다시 사각의 대리석 석함(가로 124㎝ 세로 68㎝)에 안치됐다.
무덤주인을 나타내는 지석과 '참여정부 5년의 기록'이라는 5부작 다큐멘터리 DVD와 추모 동영상 DVD가 부장품으로 넣어졌다. 석함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1946~2009'라고 새긴 덮개를 얹고 흙으로 덮어졌다. 이어 21발의 조총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이 누운 자리에는 유서에 남긴 '아주 작은 비석'이 세워졌다. 아들 건호씨가 비석을 감싼 한지를 떼어내자, 높이 40㎝ 가로 세로 2m 크기의 너럭바위 위로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인의 뜻대로 소박하면서도 초라하지 않은 비석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지역균형 발전을 염원한 고인의 뜻을 기려 전국 각지에서 기증된 자재로 꾸며졌다. 비석 바위는 충남 부여, 유골을 모신 백자합은 경기 성남, 석함은 충남 보령, 묘지 주변의 박석(薄石)은 제주와 경남 남해, 인천 강화 등지에서 왔고, 모래는 고인이 생전에 생태공원으로 가꾸려 했던 김해 화포천에서 조달됐다.
10일 자정 철거된 봉하마을 분향소에는 인라까지 160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한명숙,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이병완 전 실장 등은 안장식이 끝난 뒤 봉하마을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여러분이 보여준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열정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묘역과 생가를 관리할 재단 설립을 검토 중이며 재단에는 유족과 노 전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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