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뜻대로 약자 위한 평화로운 사회 되기를”
묘역 가득 메운 추모객 묘역 가득 메운 추모객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경기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에서 22일 신자들이 추도미사를 올리고 있다.<김창길기자> |
ㆍ전국 1800여개 성당·묘소서 일제히 추도미사
ㆍ“아픔 주신 것도 감사” 생전 육성에 애도 눈물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기리는 추모 열기가 장례미사 후 첫 주일에도 뜨겁게 이어졌다. 22일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을 포함한 전국 1800여개의 성당과 묘소에서 김 추기경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도미사가 일제히 거행됐다. 명동성당에서는 김 추기경 장례의 교황특사인 정진석 추기경이 추도미사를 집전했으며, 경기 용인 묘소에서는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의 주례로 삼우제 형식의 위령미사가 열렸다.
◇ 명동성당=미사 집전 3시간 전부터 김 추기경의 영면을 기원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명동성당 미사에는 사제단과 한승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용 인원 800여명을 훨씬 넘는 1400여명이 대성전 통로까지 가득 메웠다.
성당 옆 부속 건물인 꼬스트홀과 성당 앞 마당에도 신자들이 몰려 야외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를 올리는 등 모두 2800여명이 참석했다.
명동성당 종탑의 종소리로 추도미사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추기경 스테파노를 위해 빌어주소서”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줬다”며 “이념과 계층, 세대를 넘어 끝없이 이어진 추모 행렬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사랑과 겸손에 목말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슬픔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며 “김 추기경께서 남겨주신 사랑과 나눔의 정신으로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성체 예식 뒤에는 김 추기경의 육성이 담긴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을 주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아픈 것만 안주시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도 합니다. 당신께 더 가까이 갈 수 있기에 아픈 것도 함께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김 추기경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신자들은 곳곳에서 탄식을 하거나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정 추기경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감사 메시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해준 모든 분과 빈소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김 추기경이 남긴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를 잘 새겨 가톨릭 교회가 평화와 사랑이 흘러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에서 미사 참석을 위해 부인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은 한요한씨(59)는 “추기경께서 남기신 뜻대로 약자를 위하는 평화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며 “하늘에서도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 용인묘역=용인 천주교 공원묘원 내 고인의 묘소에서도 동시에 삼우제 추도미사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 속에 염수정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의 주례로 열린 미사에는 유가족과 성직자, 신자 등 2500여명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미사에 앞서 김 추기경의 안식을 기원하는 ‘연도(煉禱)’와 ‘세상 떠난 이를 위한 기도’, 장엄한 성가가 묘역에 울려퍼졌다. 염 주교는 추도미사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의 선종에서 보인 추모 물결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랑과 겸손에 목말랐었는지 알았다”면서 “물질과 권력, 명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김 추기경이 우리에게 알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대전대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김 추기경은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이 세상에 천국을 가져오시기도 했다”며 “선종 이후 국민들의 따뜻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도 천국을 이루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감회를 밝혔다.
미사가 끝난 뒤 유가족과 성직자, 일반 신자들은 줄을 지어 김 추기경의 묘소에 국화를 놓으며 참배했다. 김 추기경의 장례 절차를 국가기록물로 보존하기로 한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이날 우리의 전통장례 의식이 반영된 삼우제 위령미사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한편 이날 명동성당과 용인의 묘소를 찾은 신자들에게는 김 추기경의 친필 메시지가 담긴 카드와 고인의 얼굴 사진이 담긴 열쇠고리, 김 추기경의 좌우명이었던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쓰인 묵주 등 ‘김 추기경의 선물’을 나눠줬다.
<김석종 선임기자·김향미기자 s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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