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성표] | |
명동의 기적은 추기경이 보여준 삶이 성자처럼 숭고했기에 가능했다. 추기경은 1966년 주교 자리에 오르면서 사목 표어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로 정했다. ‘예수님처럼 세상 사람들을 위해 나 자신을 온전히 내놓는 것이 바로 신앙인의 삶’이란 확신에서 나온 표어다. 추기경은 말 그대로 살았다. 그처럼 숭고한 삶을, 초지일관 흐트러짐 없이, 아주 낮은 곳에서부터 실천했기에 40만 인파가 엄동설한에 3시간씩 줄을 서 가며 명동성당을 찾았던 것이다.
명동의 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김 추기경이 남기고 간 ‘사랑하세요’란 고별사는 성당을 찾은 40만을 넘어 4000만의 마음에 사랑의 불을 지폈다. 각막을 기증하고 떠난 추기경의 마음을 좇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홈페이지에 기증을 약속한 등록자 수가 17일 평소(하루 25명)의 6배, 18일 10배, 19일 30배로 급증했다. 미혼모의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겠다는 사람, 장학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사람까지 사랑의 불꽃이 여기저기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랑의 불꽃은 활활 타올라야 한다. 선종을 계기로 울려 퍼지는 김 추기경의 사랑과 희생, 봉사와 화해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 가야 한다. 무엇보다 갈등과 균열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치인과 사회 지도층들에게 화해와 협력의 마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경제위기 속에서 좌절하는 젊은이들과 고통받고 있는 소외 계층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희망과 용기가 돼야 한다.
추기경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살아있어야 한다. 추기경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 정신을 하나씩 실천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추기경이 남긴 사랑의 메시지는 이미 기적을 낳기 시작했다. 그 기적은 대한민국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축복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