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수국꽃/김용택

추억66 2008. 6. 5. 13:08




        산수국꽃  /  김용택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 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 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 같이 가만가만 내 옷깃을
        살며시 잡는 것도 같고
        물소리 같이 가만가만 부르는 것 같아도
        나는 그냥 갑니다.

        그냥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흔들렸던 것 같은
        나무 이파리를 바라봅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갑니다.
        다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가만히 서 있다가
        흔들렸던 것 같은 나뭇 잎을 가만히 들춰봅니다.

        아, 찬물이 맑게 갠 옹달샘 위에
        산수국꽃 몇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나비같이 금방 건드리면
        소리없이 날아갈 것 같은
        꽃 이파리가 이쁘디 이쁜
        산수국꽃 몇송이가 거기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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