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국꽃 / 김용택
아침 저녁으로 다니는 산 아래 강 길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결 처럼 누가 내 옷자락을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 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갑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 같이 가만가만 내 옷깃을
살며시 잡는 것도 같고
물소리 같이 가만가만 부르는 것 같아도
나는 그냥 갑니다.
그냥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가만히 흔들렸던 것 같은
나무 이파리를 바라봅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갑니다.
다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가만히 서 있다가
흔들렸던 것 같은 나뭇 잎을 가만히 들춰봅니다.
아, 찬물이 맑게 갠 옹달샘 위에
산수국꽃 몇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나비같이 금방 건드리면
소리없이 날아갈 것 같은
꽃 이파리가 이쁘디 이쁜
산수국꽃 몇송이가 거기 피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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