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 도종환 그가 나무에 기대앉아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뜰의 목련나무들이 세차게 이파리를 흔들고 있나 보다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사랑이었다 살면서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건 사랑이었다 그를 만났을 땐 불꽃 위에서건 얼음 위에서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숯불 같은 살 위에 몸을 던지지도 못했고 시냇물이 강물을 따라가듯 함께 섞여 흘러가지도 못했다 순한 짐승처럼 어울리어 숲이 시키는 대로 벌판이 시키는 데로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 가자는 데로 가지 못하였다 늘 고통스러운 마음뿐 어두운 하늘과 새벽 별빛 사이를 헤매는 마음뿐 고개를 들면 다시 문 앞에 와 서 있곤 했다 그가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목련나무잎이 내 곁에 와 몸부림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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