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팔 박사(미국 택사스 주립의대 명예교수)는 노화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학자이다. 일찍이 산화 스트레스 학설, 즉 체내로 들어온 산소에서 생성되는 독성산소와 기타 독성물질이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주창한 그는, 절식(소식)이 생리적인 노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노화에 수반된 여러 가지 질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고급두뇌초청 프로그램(Brain Pool)으로 부산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와 있는 유 박사로부터 노화연구의 현황과 현실적인 노화방지 방법에 대해 들어본다.
Q 노화 연구의 진정한 목적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제일 큰 목적은 나이가 들더라도 기능을 젊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보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노쇠를 방지하고 독립적 활동, 거동을 할 수 있는 소위 ‘기능적 장수’의 방법을 찾는 것이 연구의 궁극적 목적이다.
Q 노화연구의 현황은 어떠하며,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노화이론은 무엇입니까?
A 지금까지 거의 200개의 노화 현상과 그 원인을 설명하려는 가설 등이 있었다. 이들 중에는 노화 현상을 비과학적이고 어떤 뚜렷한 실험 증거도 없는 단순한 ‘관찰적 입장’에서 얘기한 것이 태반이다.
현재로서 가장 설득력 있는 학설은 활성산소(ROS)와 활성화 된 질소(RNS)에서 비롯되는 소위 ‘산화 스트레스’의 학설이다. 이 학설은 다른 학설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분자 수준에서 잘 설명해 줄 수 있고, 더군다나 생리적 노화 현상과 질병 발생의 연관성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다른 학설보다 훨씬 명백히 설명할 수 있는데 그 특징이 있다.
Q 30여년 동안 노화 연구를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사님께서 주창하신 노화 학설은 무엇입니까?
A 저 자신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노화 원인을 규명한다면 ‘우리 체내에서 일어나는 산화(酸化) 과정이 제일 크다’고 판단한다. 인간은 산소와 음식을 통해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 산소, 그리고 음식(칼로리 섭취)이지만, 여기에는 생명의 모순이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산소는 “산화 스트레스”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며 생명 유지에 절대적인 음식(칼로리)의 문제다. 물론 우리는 충분한 영양소와 필요한 ‘칼로리’를 꼭 섭취하여 조금의 결핍증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음식이 풍부한 가운데 과다한 섭취로 말미암아 ‘칼로리 과잉섭취’에 빠지게 되어, 여러 가지 성인병들의 위험 요소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를 맞고 있는 현대인의 모순이다. 따라서 나는 노화관점으로 볼 때 주장하고 싶은 것은 “산화스트레스”에서 오는 여러 가지 우리 신체 기관조직의 파괴를 방지하고 또 파괴된 것의 수선 촉구, 그리고 파괴된 유해물질 제거의 방법을 찾는 것이 노화방지에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것이 있는지 현재 우리들은 알고 있는가?
지난 30년간의 나의 연구와 다른 연구자들의 결과를 종합해서 말한다면 칼로리의 과대섭취를 없애기 위해서도 칼로리 섭취 제한을 하는 것이 제일 기능장수에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위 “소식”또는 “절식” 이라고 불려지는데 현재로서는 실험실의 쥐에서는 벌써 입증이 되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전부터 원숭이를 대상으로 이 저칼로리(30%제한)식을 실험 중이다. 이들의 수명연장(쥐의 경우 40% 제한할 경우 수명연장은 40%)을 아직 몇십 년은 두고 보아야 되겠으나 현재 그들 원숭이의 혈액, 그리고 다른 실험 결과를 보았을 때 절식이 좋은 항노화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는 희망적 결과를 노화연구자들은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꼭 알고 지나가야 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이 칼로리 제한 섭취, 즉 절식이 ① 산화스트레스 억제와 ② 노화에 따른 조직 파괴 수선, 그리고 ③ 유독성 물질 배설에 가장 큰 효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지난 30년간의 노화연구-특히 “절식”과 “산화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결과에 입각해 1996년에 절식이 수명을 연장하는 그 메카니즘은 바로 산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있다고 그 가설을 주창한 바 있다.
Q 노화 예방법으로 식이제한(칼로리 제한)을 강조하시는데,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A 노화 방지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① 기능이 상실되는 생리적 노화와 ② 질병 방지의 두 방향으로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병의 발생을 예방 또는 지연시킴으로써 우리의 기능을 더욱 잘 보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알려진 방법으로 실험적으로 노화 방지에 가장 큰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앞서 말했던 ‘절식’이다. 절식의 효과가 다른 노화방지 방법(호르몬 보충 요법, 육체적 운동, 그리고 산화스트레스 방지를 위한 항산화제 섭취) 중에 어느 것보다 효과를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절식이 생리적 노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노화에 수반된 여러 가지 질병들의 발생을 억제 또는 그 과정의 진전을 억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식은 현재 알려진 노화에 따른 나쁜 영향을 거의 다 100% 방지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노화방지의 ‘비법’이 있다고 한다면 ‘절식’이 그에 가장 가까운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Q 세계적인 노화연구가인 박사님께서 일상 생활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실천하는 건강 관리법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A 뚜렷한 노화방지법은 없다. 단, 있다면 생활 스타일이 매우 단조롭다는 것으로, 이것이 남들과의 차이점이라 하겠다.
우선 먹는 음식이다. 가능하면 야채, 과일 등의 칼로리가 적은 음식으로 끼니를 채운다. 육류는 닭고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먹지 않고, 자주 먹는 생선구이는 제일 즐기는 음식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지난 30년 동안 식사는 거의 하루 한끼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한끼가 남들한테도 좋다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칼로리 조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외 나는 건강유지와 질병 방지를 위해 몇 개의 영양 보충제를 매일 섭취하고 있다. 섭취하는 것은 비타민 E(400 IU), 셀레늄(50㎍), 비타민 D와 합제된 칼슘(500㎎), 아스피린(80㎎), 철분을 포함하지 않은 비타민제, 비타민 C(500㎎), 정제된 마늘의 주성분 아리신, 아리닌(0.3㎎)이다.
운동도 단순한 방법으로, 특별하게 하는 것보다 일상생활에 자연적으로 부합시켜 하고 있다. 즉 걷는 것을 무척 즐긴다. 편리한 엘리베이터는 가급적 피하고 계단을 사용한다. 남들은 소모적인 게임인 골프로 몸을 가꾼다 하지만 나는 시간도 아낄 수 있는 운동인 ‘계단 걷기’를 즐긴다.
물론 나는 금연가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담배를 입에 댄 적이 없을 정도로 담배를 멀리하고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는 것이 즐겁다고 느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먹는 밥도 가능하면 콩이 많이 들어간 잡곡을 즐긴다. 미국에 있을 때는 아내가 마련한 음식이라면 오곡에다 콩을 혼합한 데에 쌀이 약간 들어간 정도의 밥이었으나 한국에 혼자 와서 이런 음식습관을 아직 못해 먹는 것이 매우 아쉽다.
Q 여러 가지 과학적 연구를 통해 볼 때 최대 몇 살까지 살 수 있다고 보십니까?
A 인간의 최고 수명은 현재로는 122세라고 입증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았다는 주장과 함께 세간에 잘 알려진 소위 ‘장수촌’의 일화가 많지만 출생기록이 정확치 못해 그들의 연령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미국 조사단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기록이 확실하고 또 여러 가지 서류로 재확인된 사람들 중에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쟌·칼먼 여사였다. 그는 1876년 2월 15일에 프랑스 남쪽 지중해 연안의 알레스 지방에서 탄생, 122세를 넘긴 1998년 8월에 나고 자란 곳에서 사망했다. 고 쟌 칼먼 여사는 젊었을 때부터 매우 활동적이었으며 먹는 음식도 소박한 야채, 감자에 생선이 들어간 음식물을 먹었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Q 현재 박사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현재 한국과학총연합회 주선인 해외고급두뇌초청 프로그램(Brain Pool)으로 부산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나와 있다. 국내 학자들과 새로운 연구팀을 조직해 혈관노화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혈관의 노화과정을 밝힘으로써, 그로 인해 혈관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인체 조직의 전반적 노화현상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Q 비교적 거론이 많이 되고 있는 노화방지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동물 실험에서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은 칼로리 제한, 소위 소식 또는 절식이다. 또 현재 하등 동물을 이용한 유전적 조작 등으로 이른바 ‘노화유전인자’를 찾고 있으나 노화촉진 유전자가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많아 다수의 노화학자들은 믿지 않고 있다.
그리고 노화 방지에 대한 연구는 대개 다섯 분야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① 영양·절식 ② 항산화제 사용 ③ 호르몬 보충 치료법 ④ 약물치료 방법 ⑤ 육체 운동이 그것이다. 노화를 방지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기여한다면 ‘무엇이’ 그리고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