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금수강산

새로운 도약’ 꿈꾸는 대한민국

추억66 2009. 8. 15. 16:00


13일 해뜰 무렵 지리산 촛대봉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과 남해. 지리산 = 김선규기자

64년 전 8월15일 정오쯤.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히로히토 일본 왕의 패전 선언은 미사여구로 가득한 고어체인 데다 잡음 때문에 제대로 듣기조차 어려웠다고 합니다. 라디오 앞에 꿇어앉은 수천만의 ‘신민’들에게 행한 히로히토의 연설 중 알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겨우 몇 마디였다지요.

“견디기 힘듦을 견디고 참을 수 없음을 참아라. … 바야흐로 직면하게 될 도를 넘는 고난을 생각하면 내장이 찢겨나가는 듯하다….”

이 몇 마디는 그 뒤 일본이 수년간 겪었던 혹독한 세월의 상징처럼 됐지만 인고의 세월은 바람처럼 찾아온 광복을 얼떨결에 맞이한 우리에게 훨씬 더 참혹하고도 길었습니다. 극심한 좌우 대립에 이은 동족 상잔의 비극과 냉전, 혁명, 경제발전, 군부 독재와 민주화의 극적인 반전 등이 한 사람의 일생도 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세계적인 경제난을 타고 최근 얼마 동안 우리에게 들이닥쳤던 고난과 시련들만 돌아봐도 눈이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여기에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에서 비롯된 온갖 내환까지 뒤엉켜 어두운 터널은 아직도 그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린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광복 당시 국민 소득과 문자 해독률, 유아 사망률 등에서 서부 아프리카나 중남미 소국에도 뒤지던 나라를 이렇게 성장시킨 주인공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기회삼아 오히려 성장하는 우리 기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세계 일류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일본 기업을 따돌린 기업도 여럿입니다.

그러나 이런 외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내실과 정신의 깊이입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튼튼한 반석 위에 서고 진정으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테니까요. 이를 재는 쉽고도 정확한 척도 중의 하나는 나눔과 사랑입니다. ‘사랑 그리고 희망-2009 대한민국 리포트’란 제목의 연중 기획을 계속해 온 문화일보가 광복절 특집에서 사회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도덕적인 의무를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룬 것은 이 때문입니다. 광복 64주년을 앞두고 지리산에서 맞이한 해돋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희망에 차 있습니다. 시련이 커질수록 더욱 강인해지며 희망찬 내일을 향해 걸어가는 것, 이는 다시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가 수천년 역사의 질곡을 함께해 온 민족의 영산에서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글 =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