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차병원 노화연구소 소장은 "우리 몸 안의 모든 세포는 해독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몸 전체 해독 기능 중 절반 이상이 장에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어떤 음식물은 장을 거치면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입,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을 거쳐 항문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음식물은 보통 6~24시간 머물며 7.5~8.5m나 되는 소화기관과 장(腸)을 통과하면서 각종 영양분을 제공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 있는 대부분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된 후 그 부산물이 대장으로 이동하여 활발한 대장근육 운동에 의해 대변으로 배설된다. 만일 이 근육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부산물이 대장 안에 쌓이고 대장운동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뱃속이 편해야 삶도 편하다'는 얘기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장을 기다랗게 펼쳐놓으면 그 길이가 8m쯤 된다. 장은 크게 소장과 대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장은 위에서부터 시작되며 음식물에서 영양분 대부분을 흡수한다. 대장은 소장보다 더 크지만 길이는 1.5m로 짧고 음식물에서 나머지 수분을 빨아들여 찌꺼기를 대변으로 만든다. 우리가 잘못된 음식을 먹었을 때 소장은 일단 가스를 만들어 경련을 일으키며 경고신호를 보낸다. 심하면 뱃속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일으킨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은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는 혈관을 타고 주요 신체기관으로 운반된다.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나면 남은 음식 찌꺼기들은 일단 맹장으로 이동해 임시로 저장된다. 이 음식 찌꺼기는 곧바로 대장으로 이동하고 대장은 음식물에서 남은 수분까지 빨아들인다. 액체를 모두 빼앗기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 덩어리가 바로 대변이다. 단단해진 찌꺼기는 소화기 끝에 있는 직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비위생적으로 만든 음식물에서 옮은 세균이 이러한 기능을 방해한다면 설사를 하게 된다.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찌꺼기 덩어리가 잘 만들어지고, 그 덩어리는 대장을 말끔히 청소하면서 내려가 직장에서 쌓여 배출될 순간을 기다린다. 이와 달리 섬유질이나 물을 너무 적게 섭취하면 변비가 생기고 '게실(憩室ㆍ식도 위 장 등에서 벽 일부가 바깥쪽으로 돌출하는 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변은 우리 소화기관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대변은 바나나 두 개가 엇갈린 S자 모양이 가장 좋다.
대장운동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나쁜 식습관, 스트레스, 운동 부족, 질병, 습관적인 변비약 복용, 항생제, 화장실을 정기적으로 가지 않는 습관 등이며 이로 인해 대장 안에 노폐물이 더 쌓이게 된다.
완전히 배출되지 않은 장 내용물이 계속 쌓이면 장벽에 남아 굳어지고 마치 양파껍질처럼 장벽에 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장 직경이 가늘어지고 대변도 가늘어진다. 시체 부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폐물이 장 안에 30㎏까지 잔류한다는 보고도 있다.
장벽에 노폐물이 쌓이면 대장 안에 나쁜 세균이 잘 자라게 되고 이들 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가 장 점막을 통해 핏속으로 흡수된다.
이영진 소장은 "대장에 노폐물이 쌓이면 죽은 장 세포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노폐물에 섞여 부패되고 그렇게 생긴 독소가 그대로 몸으로 흡수된다"고 설명한다. 대변에서도 악취가 나고 심하면 몸에서도 안 좋은 냄새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 섬유질 섭취 10g씩 늘리면 1.9년 더 젊게 살수 있어요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하고 이와 관련된 질환을 없애려면 섬유질과 물을 많이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식물에만 존재하는 섬유질에는 수용성과 비수용성이 있다. 물에 용해되는 수용성 섬유질은 신진대사와 소화를 돕고 혈당수치를 안정시키며 귀리 보리 호밀 같은 곡류와 콩이나 팥 같은 두류에 많다.
비수용성 섬유질은 콜레스테롤을 낮추지 못하지만 소화기관에 좋은 영향을 주며 오렌지 포도 건포도 말린과일 고구마 완두콩 호박 등에 많다. 특히 현미같이 정제되지 않은 곡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YOU(마이클 로이젠ㆍ메멧오즈 지음)에 따르면 하루에 섬유질 25g을 섭취하는 사람은 12g을 먹는 사람보다 3년을 더 젊게 살 수 있다. 특히 날마다 섬유질 섭취를 10g씩 늘리면 심장병 발생 위험을 29% 정도 낮출 수 있고 1.9년이나 젊게 살 수 있다.
물은 천연 윤활유처럼 소화기관에서 음식물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돕는 기능을 한다. 또한 물은 입냄새를 줄여주기도 한다. 물은 적어도 하루에 2ℓ 이상 마셔야 하며 신장결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영양소 흡수가 잘 안 되고 장 내용물도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다.
이영진 차병원 노화연구소 소장은 "유류나 유제품, 가공식품처럼 섬유소가 적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대장 통과가 느려져서 더욱 많은 수분이 흡수되면서 장 운동에 이상이 오고 영양소 흡수 역시 지장을 받는다"며 "우리 몸은 특정 영양소가 부족하면 자연적으로 이를 더 섭취하려는 신호가 생기는데, 부족한 양을 보충하기 위해 더욱 많은 음식을 먹게 되므로 비만해진다"고 지적한다.
칼로리 과잉 섭취에 의한 비만 문제도 결국 장이 건강하지 못한 데 있다는 것이다.
※ 참조=내몸 사용설명서 YOUㆍ차병원 노화연구소
[이병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