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잃어버린 여성성’ 되찾는다

추억66 2009. 5. 18. 10:09
유방암 수술후 나에게 맞는 재건술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사만다 후’의 주인공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가 ‘피플’지 선정 ‘가장 아름다운 사람’ 1위에 올랐다. 그녀가 1위로 선정된 데에는 지난해 말기 유방암 선고를 받은 뒤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하고도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건강을 회복해 활발히 연예 활동을 재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성들에게 소리없이 다가가는 두려움이 바로 유방암이다. 여성성의 상실로 정신적인 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유방암은 과거에는 여성들에게 큰 위협이 아니었지만, 생활습관의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심형보 원장이 한 여성 내원자에게 유방 재건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방 재건술은 유방암 수술 후 여성성의 상실에 절망하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주기 위해 꾸준히 개선돼 왔으며, 최근에는 종양 제거와 재건을 동시에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성형외과 윤을식 교수는 “현재 여성 암 중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고 2006년 조사 결과 10만명당 발병률이 46.8명으로 1990년대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환자 수만큼 유방암에 대한 수술 및 치료법도 진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방암 수술 후 유방을 새롭게 만드는 유방 재건술은 여성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투병의 고통보다 여성성 상실에 더 절망한다=최근 세계유방암학회 조직위원회가 서울 지역 일반 여성(25∼55세 미만) 300명을 대상으로 한 유방암 인식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1.3%, 특히 40대 중반 여성 74.5%가 유방암 발병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방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모성애(36.3%)와 성적 매력(33.3%)의 비중이 컸다. 또 39.3%의 여성이 유방암 환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여성으로서 매력 상실’이라고 답해 ‘투병 과정의 고통(33%)’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에게 유방은 신체 어떤 부위보다 여성을 상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과 함께 이루어지는 유방 재건술은 수술 방법에 따라 환자의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건술에 대한 관심은 많을 수밖에 없다.

◆유방 재건술―보형물 넣거나, 자가조직을 넣거나=최근에는 유방 재건술이 발달해 수술 전의 모습과 비슷한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재건술은 단순히 없어진 조직을 만들어 주는 의미 외에도 유방암 환자의 정신적 만족감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방을 재건하는 데에는 뱃살을 이용한 재건방법이 일반화돼 왔다.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은 “늘어진 아랫배 살을 없애는 동시에 잘라낸 살과 지방 등을 이용해 가슴을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유방 재건술 중 가장 표준적 방법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심미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쓰인다. 가슴확대수술처럼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과 자신의 뱃살이나 등살을 옮겨 가슴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은 재건수술 때 빈 조직확장기를 삽입한 후, 2주 후에 식염수를 서서히 주사하여 가슴 부위의 피부를 늘린 뒤, 피부조직이 적당량 늘어난 2∼3개월경에 알맞은 크기의 부드러운 보형물을 넣어 유방조직을 재건한다. 식염수와 코히시브젤(고체형 실리콘 젤)의 장점을 동시에 가진 더블루멘 보형물을 삽입하면 자연스러운 촉감과 볼륨의 미세한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일차 수술에 조직확장기를 사용하고 추가 수술에서 보형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므로 수술을 두 번 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뱃살이나 등살 등 자가조직을 이용해 가슴을 만드는 유방 재건술은 지방이 충분히 축적된 부위의 조직을 일부 떼어내 유방 재건에 사용하는 원리다. 채취할 수 있는 조직의 두께가 얇거나, 암 조직이 없는 쪽의 유방이 큰 편이거나, 유방이 처지기 시작한 경우에는 보형물을 함께 사용하거나 반대쪽 가슴의 축소수술을 시행하기도 있다. 유방 재건술은 정상 유방을 기준으로 가장 유사한 모양의 유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경우에 따라서는 절제하지 않은 쪽의 유방을 수술해서라도 양쪽의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방암 수술의 진화―종양절제와 재건술을 동시에=최근에는 유방암 수술(종양절제)과 동시에 재건술을 시행한다. 유방암 수술과 재건을 함께하면 유방의 모양이 더 자연스럽고, 수술 후의 심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다만, 수술 후에 방사선 요법이나 항암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동시 재건을 할 수 없다.

종양을 제거하면서 한 차례 상실감을 맛본 유방암 환자들은 재건술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기 쉽다. 이는 수술이 잘 될 것인가와는 상관없이 유방 재건술의 특징과 관련이 깊다. 유방암 수술과 동시에 재건을 시행하는 경우, 암 조직이 더 퍼질 수도 있으리라 걱정하기 쉽다. 미국 성형외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지난 20∼30년 동안 유방 재건술 때문에 암 조직이 더 퍼졌다는 보고는 없다. 오히려 유방 재건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받지 않은 환자보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재건술을 받으면 삽입한 보형물 때문에 유방조직이 가려져, 이후 유방암 재발을 발견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정기검진을 받는다면 유방 재건술 시술과 종양의 판독 여부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유방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할수록 치료율이 높은 만큼 꾸준한 정기검진이 필수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