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수면 품질'이 당신의 수명 좌우

추억66 2009. 3. 17. 13:19

[동아일보]

잠 못자는 걱정 잠재우려면…

《‘잘 자야 오래 산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맞다. 수면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너무 많이 자거나 적게 자는 것도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많다. ‘수면의 품질’이 좋아야 오래 산다는 얘기다. 잘 잤다고 생각하는가? 그게 착각의 시작일 수도 있다. 눈만 감고 있었지 뇌는 깨어 있기 때문에 숙면을 못할 때도 많다.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 뇌중풍, 부정맥, 성기능 장애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낮엔 조명 환하게… 코골이는 모로 눕게… 자고나도 피로하면 수면다원검사 받아보세요

‘수면’ 하나가 건강을 지켜줄 수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신철 수면장애센터 소장(대한수면학회 회장), 이승훈 이비인후과 교수와 함께 건강한 수면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신 소장은 코골이 방지 조끼를 발명한 수면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수면의 건강학

사람이 살면서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잠자리다. 수명의 3분의 1을 수면을 취하면서 보낸다. 가령 70세까지 사는 동안 약 20년은 잠을 잔 셈이다. 우리 몸은 잠을 자면서 성장호르몬을 분비하거나 다음 날 사용할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한다. 잠꾸러기가 되지 않으려고 무턱대고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 수면이 부족하면 무엇보다 정신활동이 흐려진다. 처음 보거나 복잡한 문제, 창의력과 재치 또는 순발력이 요구되는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생기도 사라지고 둔감해진다. 기분은 가라앉아 쉽게 우울해지고 짜증이나 화를 잘 낸다.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수면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늘어지게 한다. 이때도 불면증일 때와 마찬가지로 우울한 증상이 나타난다. 수면은 부족해도, 넘쳐도 우울증의 징후인 셈이다.

어떤 사람은 4시간 정도만 잠을 자도 다음 날 거뜬히 일어나 활발하게 활동한다. 반면 7, 8시간은 자야만 피로가 풀린다는 사람도 있다. 신 소장은 “다음 날 일어났을 때 개운하다고 생각될 때가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인데 성인은 통계적으로 6∼8시간이 적당하다”면서 “갑자기 수면시간이 줄거나 늘었다면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수면환경과 습관부터 개선해야

평소 생활을 돌아보자. 수면환경만 개선한다면 건강한 수면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25시간을 주기로 움직인다. ‘사회적 시계’의 시간 주기인 24시간에 맞추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00럭스 이상의 밝은 빛을 쬐는 게 좋다. 이 정도면 상품진열장을 비추는 빛이거나 형광등 10개를 모았을 때의 밝기다. 침대를 창문 옆에 배치해 아침햇살을 받으면서 잠에서 깨게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면환경이다.

밤에 잘 때 주변의 소음도 건강한 수면을 방해한다. 수면에 방해가 되는 요인 자체를 제거할 수 없다면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령 자동차나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 개 짖는 소리와 같은 소음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이중창이나 커튼을 설치하면 한결 조용한 분위기에서 잠을 잘 수 있다.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한낮 사무실의 밝기가 어둡지 않은지도 확인해보도록 하자. 불빛이 약하다면 밝기, 즉 조도를 높여주는 게 좋다. 틈날 때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 태양광을 쬐는 것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수면 습관도 중요하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자주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행동은 뇌를 각성시켜 오히려 잠을 쫓아낸다. 누운 뒤 15분 정도 지나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침실을 벗어나 거실에서 독서나 명상을 해 자연적으로 잠이 오도록 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이때도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계를 보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건 금물이다. 각성효과가 커지기 때문.

○ 숙면 방해하는 원인 질환 찾아야

코를 많이 고는 사람들은 옆으로 누워 자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베개는 어깨 높이와 수평이 되는 정도의 높이가 좋다. 그래도 코골이가 심하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숙면을 방해하는 질병으로는 주기성 사지운동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주기성 사지운동증은 잠을 잘 때 주기적으로 다리 또는 팔을 움직여 잠들기 어렵게 만드는 병이다. 잠자리에 들었을 때 종아리 안쪽의 근육이 움찔거리는 느낌이 생겨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움직이지 않을 때는 갑갑증이 생기다가 움직이면 다소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 움찔거리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 다리를 포개거나 자주 움직인다. 베개를 다리 밑에 끼우기도 한다. 어떤 환자는 움찔거림을 통증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깊은 잠에 들어가는 데 방해가 된다. 움직임이 심하면 잠이 툭툭 끊어지게 되므로 아침에 개운하지도 않고 피로감이 심하다. 이럴 때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은 뒤 사지의 움직임을 잡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심하게 코를 골던 중 숨 막힘으로 꺽꺽대다가 ‘푸우’ 하고 숨을 내쉬는 호흡을 반복한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잠을 자면서 많이 움직이고 몸부림을 친다. 이부자리는 매우 구겨져 있다. 입도 마르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심하면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아침에는 멍한 기분이 들고 피로감이 매우 심하다.

신 소장은 “수면을 방해하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수면다원검사에서 쉽게 그 원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약물치료가 어렵지 않다”면서 “대부분 코골이, 비만, 당뇨병 등 원인을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수면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