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얼굴은 ‘건강’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노화 단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얼굴을 통해 특별한 질환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요즘 주부 황영희(41·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씨는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을 내쉰다. 눈과 입 주위에 주름이 많아지고 피부는 탱탱함을 잃은듯 하다.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나쁜 왕비가 왜 매일 거울을 보면서 미에 집착을 했는지 알듯 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노화다. 중국 진나라의 진시황은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해 불로초를 찾았지만 결국에는 세월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점차 저하돼 질병에 잘 걸리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다.
노화의 주범은 성장호르몬이 줄어드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은 뇌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콩알만 한 내분비선인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인체의 모든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을 분해하고 골밀도와 근육을 증가시킨다. 면역력을 키우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호르몬은 살면서 계속 분비된다. 문제는 20대 후반부터 10년마다 14%씩 감소한다는 것. 60대가 되면 성장호르몬은 20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성장호르몬이 줄어드니 근육량이 감소하고 혈관과 뼈도 약해진다. 인간은 20대 후반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노화는 외모의 변화를 불러온다. 특히 얼굴과 피부를 통해 가장 먼저 감지된다. 30, 40대가 되면 눈 주위의 주름뿐만 아니라 피부의 탄력이 저하되면서 젊은 날의 탱탱함은 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변해가는 얼굴을 되돌리기 위해 마사지를 받고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 호르몬 치료를 받기도 한다. 요즘은 태반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등도 인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주사제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노화 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바른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소식(小食), 꾸준한 운동, 금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취미활동 등을 꾸준히 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외모가 변하는 것은 세월로 인한 노화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질환이 외적인 변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회사원 박장원(가명·43) 씨는 남들보다 길고 큰 턱, 도드라져 보이는 광대뼈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박 씨는 오랜 고민 끝에 얼마 전 수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
박 씨의 얼굴을 본 의사는 뜻밖에도 “병이 있는 것 같다”면서 “종합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박 씨는 종합병원에서 ‘말단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턱과 광대뼈가 남들보다 큰 것이 단순히 얼굴 생김새가 그런 것이 아니라 병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화로 인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처지는 것이 아니라, 얼굴이 자꾸 커지거나 광대뼈가 튀어나오거나 눈이 튀어나오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특별한 질환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혹시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얼굴이 너무 변해 못 알아보겠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혹시 내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눈이 불룩=갑상샘, 달덩이처럼 부푼 얼굴=쿠싱증후군 의심▼
《몇 년 전 자신의 사진을 꺼내놓고 ‘이렇게 많이 변했나’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단지 노화에 따른 얼굴 변화라면 그래도 괜찮다.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얼굴의 특정 부분이 집중적으로 변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얼굴 모양이 예전에 비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노화가 아니라 병일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손, 발, 얼굴이 점점 커진다→말단비대증
말단비대증은 대뇌 밑에 있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서 생긴다. 과다 분비된 성장호르몬은 인체의 모든 장기를 지나치게 성장시킨다. 서서히 얼굴과 손, 발의 모양을 변하게 만들고 당뇨병 고혈압 등 합병증을 일으킨다.
한창 자라는 어릴 때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거인증’이 되고, 성인기에 생기면 키는 자라지 않는 대신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 말단 부위가 커지는 말단비대증이 된다.
말단비대증은 얼굴과 손발이 커지는 외형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뇌와 시신경을 압박해 눈이 안 보이게 될 수 있다. 증상이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서서히 나타나서 조기진단이 어렵다.
김성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에는 3000여 명의 말단비대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3분의 1 정도인 100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2000여 명은 자신이 말단비대증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말단비대증에 걸리면 손, 발, 얼굴 모양이 현저하게 변하기 때문에 일반인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만약 외형적인 변화만으로 구별이 힘들다면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말단비대증은 서서히 진행되면서 환자의 수명을 감소시킨다. 환자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정상화시키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요법, 방사선요법, 약물요법 등이 있다.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는 데는 수술요법이 필수다. 콧구멍을 통한 내시경 시술이 사용된다. 만약 종양이 1cm 이상 큰 경우에는 완전히 제거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방사선과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방사선과 약물 치료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 얼굴이 달덩이처럼 변한다→쿠싱 증후군
쿠싱 증후군(Cushing Syndrome)은 체내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부신피질 호르몬이 많이 생기는 병이다. 병명은 1932년 이 증상을 발견한 미국의 신경외과 의사 하비 쿠싱의 이름을 딴 것이다.
쿠싱 증후군은 뇌하수체, 부신에 종양이 있거나 커질 때 생긴다. 또 폐암이나 췌장암이 있으면 부신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이 병이 생길 수 있다.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있어서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간 투여할 때 생길 수도 있다.
쿠싱 증후군은 10,20대에 많이 생기고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3배 정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얼굴이 달처럼 둥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또한 몸통은 비대해지며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외계인 체형’이 된다.
또 얼굴이 잘 붉어지는데 이는 피부가 얇아지기 때문이다. 혈압이 올라가고 뼈가 약해져 골절이 잘된다. 여성의 경우 생리 장애(생리불순, 무월경, 지나친 출혈 등)가 생길 수 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에 의한 쿠싱 증후군은 스테로이드의 복용을 중단하면 원래 얼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적이 없다면 혈액과 소변검사를 통해 부신피질 호르몬 증가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호르몬양이 증가했다면 쿠싱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종양이 의심될 경우 그 위치를 찾기 위해 추가적인 혈액검사, 소변검사,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필요하다.
이은직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쿠싱 증후군은 비만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질환이므로 다이어트가 아닌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눈이 나오고, 목이 붓는다→갑상샘 기능항진증
갑상샘은 우리가 흔히 목젖이라 부르는 부위 바로 밑에 있다. 인체의 대사에 관련된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하는 곳이다. 갑상샘 호르몬은 신체 내의 각종 영양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뇌의 발달에도 관여한다.
갑상샘 호르몬이 많거나 적으면 문제가 생긴다. 많이 분비되면 갑상샘 기능항진증, 적게 분비되면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생긴다.
두 가지 질환 모두 여자에게 더 많이 생긴다. 어머니, 이모가 유사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질병 자체는 유전되지 않는다.
갑상샘 기능항진증은 에너지 소모가 증가해 식욕이 왕성해지지만 체중은 오히려 줄어든다. 몸에 열이 많아 체온이 높은 편이다. 눈이 튀어 나오는 ‘안구 돌출증’이 생기며 갑상샘이 커져 목 앞부분이 튀어나온다. 또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고 두근거려서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심하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갑상샘 기능항진증과 정반대의 증상이 나타난다. 추위를 잘 타고, 매사에 의욕이 없다. 식욕이 없어 잘 먹지 않는데도 체중은 증가한다. 또 아무리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해도 잘 줄지 않는다. 심장 박동수가 줄어들고 변비, 빈혈 등이 생긴다.
갑상샘 질환인지 알려면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한다. 갑상샘 기능항진증은 갑상샘 호르몬 생성을 막는 약을 투여한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면서 치료한다.
이 교수는 “갑상선 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 “요오드가 많이 함유된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피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변한 얼굴로 알아보는 질병 체크리스트|
■ 말단비대증
①손이나 발이 커져서 반지나 신발이 작아진다
②입술이 두꺼워지며 턱이 커진다
③얼굴이 커지고 이마가 튀어 나온다
④자주 머리가 아프다
⑤전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⑥음성이 굵어진다
⑦시각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⑧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다
⑨낮에 졸음이 많이 온다
⑩당뇨병, 고혈압이 생긴다
⑪손목, 발목, 무릎 등에 관절통이 온다
⑫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
5가지 이상 해당되면 병원 방문 필요
■ 쿠싱증후군
①얼굴이 보름달 모양으로 둥글어진다
②안색이 붉어진고 혈압이 오른다
③몸통에 전체적으로 살이 찐다
④피부가 얇아진다
⑤전보다 멍이 잘 든다
⑥여성의 경우 생리가 나타나지 않거나 생리량이 적어진다
3가지 이상 해당되면 병원 방문 필요
■ 갑상선 기능항진증
①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빨리 뛴다
②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많이 난다
③수전증 환자처럼 손이 떨린다
④체중이 갑자기 줄었다
⑤하루에 대변을 4, 5번씩 보고 설사도 한다
⑥생리가 불규칙하고 양이 적어진다
⑦눈꺼풀이 붓고 이물감이 있다
⑧안구가 튀어나온다
2개 이상 해당되면 병원 방문 필요
■ 갑상선 기능저하증
①얼굴과 손발이 붓는다
②쉽게 피로를 느끼고 온몸이 나른하다
③기억력이 감퇴하고 건망증이 심하다
④피부 색깔이 누렇고 거칠어진다
⑤추위를 잘 타 여름에도 이불을 찾는다
⑥변비가 생긴다
⑦생리량이 많아진다
⑧손발이 저리고 근육통이 있다
2개 이상 해당되면 병원 방문 필요
자료: 세브란스병원 |
'건강해지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발의 건강, 심장의 청춘 돌려준다 (0) | 2008.04.24 |
---|---|
여자 노화, 주름보다 ‘가슴’이 먼저 (0) | 2008.04.24 |
가족력과 질병 (0) | 2008.04.18 |
건강하게 오래 사는 30가지 생활습관 (0) | 2008.04.18 |
의사들도 모르는 잘못 알려진 건강 속설 (0) | 2008.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