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겨울」은 어떠한가. 인생의 겨울은, 휴식은 있으나 봄을 기대할 수 없다. 인간의 겨울은 막을 내리는 삶의 황혼기다. 인생의 겨울에 대해 처음 언급한 사람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라고 하니 그 비유의 역사가 오랜 듯하다.
미국에서 「시니어 시티즌」으로 부르는 인생의 겨울은 보통 65세에서 시작한다. 은퇴해서 정부의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다. 긴장에서 벗어나는 긍정적인 연령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들은 조크를 좋아한다. 최근 들은 조크다.
<한 노인이 친구에게 老化(노화)를 호소하며 근황을 묻자, 고령의 동갑내기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잘라 말한다. 친구가 부러워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도 없고, 머리카락도 없고, 이젠 바지에 오줌도 싸는걸』>
<노인 부부가 이웃집에 초대받아 식사를 했다. 아내들이 부엌으로 간 후 두 남자만 대화를 나누게 됐다. 노인이 『어제 갔던 식당이 아주 좋았다』며 이웃에게 가보기를 권했다. 이웃은 식당 이름을 알려 달라고 했다. 노인은 생각 끝에 이웃에게 물어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그 빨간 꽃 이름이 뭐지요? 가시 있는 꽃이요』
『아, 로즈 말인가요?』
『맞아, 바로 그거야』
그러고 나서 노인은 부엌에 있는 아내에게 큰 소리로 물어보았다.
『로즈, 어제 갔던 식당 이름이 뭐였지?』
노인은 식당 이름뿐만 아니라 아내 이름까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노인들에게 농담은 젊은이들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뇌를 스캐닝하면 젊은이는 부정적인 장면에서 많이 반응하는 반면, 노인의 뇌는 긍정적인 장면에서만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편안히 바라보고 긍정적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젊을 때 겪은 갈등과 초조함에서 벗어나 느긋할 수 있다는 것이 MIT 대학의 연구 결과다.
노인에 대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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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애미의 한 실버타운 내 클럽하우스에서 카드놀이를 즐기는 노인들. |
건강을 잃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긍정적이고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은퇴 후 따뜻한 고장으로 떠난 노인들은 활동이 가능하고 혼자서 자신을 보살필 수 있는,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허나 그것이 힘들어진 노인들은 자식들 곁으로 돌아와 마지막 계절을 보낸다.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집 밖을 나서면 눈요깃거리가 있고, 他人(타인)과의 대화가 가능하다. 도시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느끼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만 없다면, 본인이 원하는 친구를 만들어 외로움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은 새로운 것에 흥미를 못 느끼고 무력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과 경제적 형편 때문에 여생을 양로원 등에서 보내면서 자식들의 발길을 기다리며 깊은 겨울을 보내는 노인들이 너무 많다.
지금 미국에서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 가는데, 현실은 점점 더 젊음만을 요구한다. 나이 먹는 것이 수치로 여겨질 정도다. 「올드(old)」라는 말은 「낡은 모자」나 「낡은 생각」에서처럼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드 에이지」라는 말이 욕으로 느껴진다. 『전혀 늙지 않았군요』 라는 인사가 큰 칭찬이 된다.
6세기 프랑스에서는 평균 수명이 20~25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인생의 「겨울」은커녕 「여름」도 맞기 전에 목숨이 다했다. 지금은 인생의 겨울을 지내는 기간이 당시 수명과 맞먹는다. 그러나 나이 먹는 것이 자랑이 아닌 현실 속에서 사회는 노인에게 특별한 요구를 하고 있다.
젊은이들을 귀찮게 하지 않고, 늘 쾌활해야 하고,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고, 항상 낙천적이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고 요구한다.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 젊은이가 저지르는 잘못은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실수」지만, 노인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실수가 아니다. 대뜸 『늙어서 그래』라며, 나이 탓이 나온다.
오코너 前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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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너 前 대법관. |
노인이 해서는 안 되는 일 중에는 「사랑」이 있다. 斜陽(사양)길의 노인이 異性(이성)을 만나 마음이 동하는 건 미국에서도 아직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추잡한 늙은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식들은 이제 혼자된 늙은 부모가 가족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異性 친구 갖는 것을 바란다고 한다. 늙은 부모가 異性 친구를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와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 친구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異性 친구는 심장과 세포에 건강한 활력을 불어넣고, 정신의 부패를 막는 천연 방부제다.
전문가에 의하면, 나이든 사람의 사랑은 상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젊은이의 사랑이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는 이기심의 반영이라면, 「올드 러브」는 利他的(이타적)이고 희생적이다.
산드라 데이 오코너 前(전) 대법관의 사연은 이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이다. 오코너 前 대법관은 2년 전 『남편과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녀의 이야기가 최근 신문에 보도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17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데, 최근 같은 요양원의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이를 알게 된 그녀는 마음의 위안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다른 여인의 손을 잡고 그네에 앉아 있는 남편을 지켜보면서 위로와 평안을 느낀다』는 오코너 前 대법관의 이야기는「올드 러브」의 높은 경지를 보여 주는 듯하다. 망각의 세계에서 식물처럼 살던 남편이 다른 여인을 통해 생기를 찾고 인간답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는 그녀의 마음은 「지극한 사랑」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老年의 사랑
그러나 누구나 오코너 前 대법관 같은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친구 S는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결국 요양원으로 보냈다. 노인우울증이 심한 어머니는 음식을 기피해서 전문가의 보살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S는 요양원에 들어간 어머니가 음식을 잘 들고 활기를 찾은 것을 발견했다. 한 할아버지와 알게 되면서 말벗이 생긴 것이 그 이유였다. S의 어머니는 중국 上海(상해)에서 대학을 다닌 지식인이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중국 역사에 통달한 분이었다. S의 어머니는 그 할아버지와 옛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됐다.
S의 어머니는 年下(연하)의 할아버지가 『누님, 이것 드셔야 해요』하며 음식을 권하면 두말없이 드셨다. S는 그 할아버지께 거듭 감사하면서 어머니를 부탁했고 인사를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S는 내게 『건강해지신 어머니를 보는 것이 기적 같다. 남자의 영향이 그리 큰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했다. 그 할아버지에게는 요양원에 함께 들어온 아내가 있었다. 아내는 늘 다른 할머니 옆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 시중을 드는 남편이 못마땅했다. 이 일로 할아버지와 자주 다투게 되자 그쪽의 자녀들이 알게 되었다. 자녀들은 두 분을 다른 요양원으로 옮겼다.
S의 어머니는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食飮(식음)을 전폐했고, 우울증은 깊어졌다. 결국 얼마 후 S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S는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아버지 없이 혼자 사셨는데, 늙은 후에 자식도 필요 없고, 남자의 손길을 바라는 것이 놀랍더라』고 말했다.
이상의 사례는 異性의 손길이나 사랑은 망각의 세계에서, 우울증의 深淵(심연)에서, 절망의 기로에서 인간을 소생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젊은이에게만 사랑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로맨스는 「인생의 겨울」도 포근하게 덮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