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연탄 한장

추억66 2007. 12. 27. 09:59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뜩선뜩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 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구가 마음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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