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와나무

추억66 2005. 6. 17. 09:41

 

 

 

 

    새와 나무 /류시화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