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름 부르기

추억66 2005. 5. 12. 10:01

 

     

     

     

                  이름부르기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운문의 목소리로 이름 불러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떼고 옆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가문 밤에는 잠꼬대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늙은 기적소리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목소리라고 부를만한 것이 있었을까.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 마종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