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여성 몸의 비밀

추억66 2012. 11. 18. 01:18

호르몬치료 폐경후 5년 넘게 해도 `OK` 유방암 위험 없고 심장병·피부노화 등 예방…조기 폐경땐 최소 50세까지 치료해야 효과
이소플라본 함유한 콩, 폐경 증상완화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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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9세인 주부 김영실 씨(가명)는 폐경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녀는 몇 년 전 언니가 안면홍조를 비롯한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심하게 앓는 모습을 지켜봤다. 조만간 자신도 폐경이 닥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김씨는 호르몬요법이 증상을 완화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호르몬요법이 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호르몬대체요법(HRTㆍhormone-replacement therapy)은 폐경기에 접어든 중년 여성들에게 큰 관심거리다. 폐경은 난소 기능 소실로 월경이 나오지 않는 생리적 현상으로 한국 여성 평균 폐경 연령이 49.7세다. 현재 폐경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약 30%에 달하며 2030년에는 43.2%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성 3명 중 1명은 폐경 여성이라는 뜻이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서 피부 노화가 빨라지고 골다공증, 심ㆍ뇌혈관질환, 기억력 감퇴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에스트로겐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호르몬(대체)요법은 여성미(美)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여성들의 로망이다. 호르몬요법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보고서가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나오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여자 의사나 의사 부인들 중 약 80%가 호르몬요법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폐경학회는 11월 폐경의 달을 맞아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르몬요법은 실(失)보다 득(得)이 훨씬 많다"며 "폐경이 이른 여성이나 폐경 후 열성홍조와 같은 후유증을 앓는 여성들은 전문의와 상담한 후 최소 5년 이상 호르몬 약을 복용하라"고 적극 권장했다. 또 유방암과 난소암,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없고 심지어 대장ㆍ직장암은 발병 위험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학회는 지적했다.

◆ 호르몬요법 비용 한 달 약 1만원 월경과 폐경은 여성들만이 갖는 특권이다. 월경이 시작이라면 폐경은 끝이다.

최근 들어 월경 시작 연령이 11.9세로 낮아졌지만 폐경은 중세시대 이래 50세 전후로 거의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40세 이전 폐경은 질환이 있다고 보고 호르몬요법 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정기검진과 함께 자주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40~45세에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최소한 평균 폐경 연령이 되는 50세 전후까지 호르몬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박형무 중앙대의대 산부인과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는 "호르몬요법을 사용하게 되면 골다공증, 열성홍조, 비뇨생식기 위축 증상 완화 등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40세 초반에 일찍 폐경을 맞은 여성은 평균 폐경 나이까지 호르몬 제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호르몬요법은 경구, 경피, 주사로 주입하는 피하, 질에 넣는 경질, 근주, 비강투여 등과 같이 다양하다. 경구는 약효가 간을 통해 흡수되지만 경피는 피부에 붙이기 때문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호르몬요법 치료 비용은 일반적 용량(2㎎)을 처방했을 때 한 달 평균 1만원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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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무 교수는 "폐경 후 자궁 보존이 온전한 여성들은 복합호르몬요법을 받는데 5년 동안 호르몬 치료를 받았어도 유방암 발병 증가는 없었다"며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받는 자궁이 없는 여성들은 7.1년 동안 유방암 발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복합호르몬 치료를 5년 넘게 받아도 유방암이 발병할 확률은 1만명당 8명꼴로, 이는 비만이 됐을 때 걸릴 확률보다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궁절제술을 받아 자궁이 없는 폐경 여성들이 받는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치료 후 4년간을 포함해 11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유방암 발병이 오히려 줄었고 15~20년간 장기 치료를 해야 유방암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특히 호르몬요법을 받는 동안 병원에서 검진을 자주 하기 때문에 각종 여성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폐경 초기가 호르몬요법 치료 최적기 폐경이 50세 전후로 나타난다면 여성들은 평균 수명(83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30년 안팎을 폐경 상태로 지낸다. 폐경 후 여성들은 피부 노화, 골다공증, 뇌ㆍ심혈관질환, 비뇨생식기 증상, 동맥경화증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각종 질환에 대해 면역기능을 해온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호르몬요법은 적극적인 폐경 후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호르몬요법은 60대 전에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윤병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 초기가 가장 최적기"라며 "예방 차원에서 50대 초반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르몬요법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약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간기능 장애와 간 질환, 비정상적인 질 출혈, 유방암과 에스트로겐 의존성 악성종양,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 등을 앓는 여성은 호르몬요법을 해서는 안 된다. 고은선 고은여성병원 원장은 "만약 비뇨생식계 위축으로 인해 생기는 건조증, 소양증 등이 있다면 전신적 호르몬 투여로 효과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연고나 정제 등 국소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르몬요법은 장점이 많다. 심장혈관질환(허혈성, 관상동맥)의 위험성 감소, 골다공증이나 대장암 예방 효과도 입증됐다. 그럼에도 호르몬요법을 망설이는 여성이 많다. 호르몬요법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보고서 때문이다.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은 폐경 후 유방암 발생 위험이 12분의 1 정도고, 실제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다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은 0.01% 미만인 만큼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호르몬요법을 회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폐경 여성들은 호르몬요법과 함께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음식은 콩, 미나리 등이다. 아시아 여성들이 미국ㆍ유럽보다 열성홍조를 앓는 비율이 낮은 것은 평소 콩류를 많이 섭취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성홍조를 앓지 않는 비율이 서양은 25%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60%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끼니마다 낫토를 즐겨 먹는 일본 여성들은 열성홍조를 거의 앓지 않는다고 한다. 박 교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콩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폐경 후 증상이 덜 나타난다"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D도 함께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