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자

국내 최초로 '자궁경부'와 '질' 만들다

추억66 2008. 12. 3. 12:45

 

자궁경부와 질이 없는 여성에게 본인의 대장과 맹장으로 자궁경부와 질을 만들어주는 수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팀은 자궁경부(자궁과 질을 잇는 기관)와 질(膣)을 동시에 만들어주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궁은 있으나 질이 없이 태어난 여성은 자궁을 절제하고 질을 만들어주는 수술만 가능했다. 자궁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공으로 만든 질과 자궁을 연결해주는 '자궁경부'라는 기관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자궁경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는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생리 때 1~2㎜ 정도 열리면서 생리 혈이 나가게 한다. 남성의 정자가 자궁으로 들어가게 하면서도 유해 세균이 자궁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평소에는 매우 좁지만 분만 시에는 10㎝까지 열린다. 자궁경부는 이처럼 매우 복잡한 기능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공으로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박 교수팀은 대장을 이용해 자궁경부를 만들었다. 대장의 모양과 기능이 자궁경부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 대장의 끝 부분(상행 결장)을 질로 만들고 대장 끝에 붙은 맹장(충수돌기)을 자궁경부로 만들었다.

대장을 절개해 혈관을 보존한 채 떼어내 자궁에 이식됐다. 이식된 부분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기관의 호르몬과 내분비 체계에 적응하기 때문에 자궁경부와 질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자궁은 있으나 자궁경부와 질이 없이 태어나는 여성은 약 1000명에 1명 정도로 산부인과에서 비교적 흔한 질병"이라며 "이런 여성들은 있던 자궁마저 없애면서 심각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받았지만 이제는 해결책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장과 맹장 등을 이용하면 갑상선암 등으로 후두부 제거를 한 경우, 비뇨기 암으로 요로를 없앤 경우, 자궁경부암으로 자궁경부를 제거한 경우 등에도 거부 반응 없이 기관을 재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