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이성주의 건강편지

추억66 2011. 2. 2. 21:19


사려서 더 따뜻한 설날 되시기를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작은방 구석에는 수수대로 엮어놓은 곳에 고구마 가득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 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 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조향미의 ‘온돌방’ 전문>

이제 며칠 있으면 설 연휴가 시작합니다. 일제시대와 해방 후 한 동안 이중과세(二重過歲) 논란 속에서 핍박받았지만, 우리 모두가 지켜낸 민족의 명절입니다.

어제까지 매서운 날씨가 누그러지지만 설날과 이튿날에는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지방에 서설(瑞雪)이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설날은 ‘몇 살’할 때의 ‘나이’, ‘낯설다’ 할 때의 ‘새로움’에서 왔다고도 하고, ‘지붕유설’을 지은 조선 선비 이수광은 ‘서럽다’가 어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육당 최남선이 말한 대로 '삼가다' '조심하다'는 뜻의  ‘사리다’에서 왔다는 설(說)이 제게는 가장 와닿습니다. 예부터 설을 신일(愼日)이라고 불렀다는데, 이때 ‘신’이 곧 ‘사리다’의 뜻을 갖고 있지요.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마땅히 사려야 한다(愼獨)는 유가 고전 ‘대학(大學)’의 글귀가 생각나는군요.

설 첫날 매사에 사려서 훈훈하고 즐거운 명절 되기를 빕니다. 오랜 만에 만나는 친척, 친구에게 행여 상처가 될지 모르는 말 삼가시고, 술 조심하시고, 운전 조심하시고 매사에 신중하고 그래서 따뜻한 설날 되시기를….

설 연휴 건강 지키기

○명절에는 과식하기 쉬우므로 평소보다 절반만 먹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평소정도 먹는다.
○긴 명절,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보온성이 좋은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한다. 가능하다면 운동복과 운동화를 준비해서 내려가 아침에 운동을 하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는 전, 고기와 같은 기름진 음식 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 떡국도 덜 먹는다.
○만성병 환자는 최소 5일치 약은 꼭 챙긴다.
○승용차를 운전해서 고향에 가는 사람은 귀성, 귀경길 조금만 피곤하면 휴게소에 들러 쉰다. 운전자는 자주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손을 깨끗이 씻고,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지 않는다.
○어디서나 물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알코올성 손세정제를 곁들이면 좋다.
○아프다싶으면 참지만 말고 국번 없이 1339로 전화해서 지역별 의료기관과 약국의 안내를 받는다.
○가급적 잠을 규칙적으로 자고, 늦게 잤다고 해서 늦잠을 자지 않는다.
○술을 약간이라도 마시고 다음날 새벽에 운전하면 음주운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통 성인 남성이 소주 한 병을 마시면 12시간이 지나야 술의 영향에서 벗어난다.
○담배나 술을 끊은 사람에게 술 담배를 권하지 않는다. 금연한 사람은 술자리에서 만취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때 오랜 만에 만난 고향 친구의 권유로 담배를 다시 피우기 쉽다.

오늘은 슈베르트의 곡 4곡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유명한 가곡 ‘송어’를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음성으로 듣겠습니다. 둘째 곡은 조수아 벨의 연주로 세레나데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겠습니다. 셋째 곡은 첼리스트 모리스 장드롱, 바이올리니스트 예휴디 메뉴인, 피아니스트 헵지바 메뉴인이 연주하는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 마지막 곡은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하는 피아노소나타 21번(D960) 1악장입니다. 코메디닷컴 엔돌핀발전소에서는 영국의 철학자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부르는 ‘송어’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송어 [피셔 다스카우]
세레나데 [조수아 벨]
피아노 트리오 1번 [메뉴인 등]
피아노 소나타 21번 [알프레드 브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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