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송 오찬 테이블에 와인 9병이 놓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중 프랑스 와인 '미셸 피카르 코트 드 뉘 빌라주'를 골라 노무현 대통령과 건배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남북 정상의 건배 장면이 TV로 생중계된 뒤 치열한 경쟁을 거쳐 국내에 처음 수입됐다. 복잡하고 발음도 어려운 이름 대신 '김정일 와인'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각국 정상회담이나 주요 국제회의에선 식사에 어떤 술을 곁들이느냐도 관심거리다. 수천 종류나 된다는 중국 술 가운데 마오타이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72년 닉슨과 마오쩌둥의 미·중 정상회담 만찬주로 오르면서다.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貴州省)에 있는 마오타이 보관 창고는 무장한 경찰 1개 중대가 국가자산 보호 차원에서 경비를 선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주요 국제행사에서 건배주나 만찬주로 선정되는 술이 '대박'을 치는 예가 많았다.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건배주로 쓰였던 '천년약속'은 2004년 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6년 185억원으로 급증했다. 만찬주인 '보해 복분자주'도 6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매출이 뛰었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
▶G20 서울 정상회의 만찬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온다 도로' 와인이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소비자 가격이 45만원인 '온다 도로'는 운산그룹 이희상 회장이 2005년 세운 와이너리(포도주 농장)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제조한다. 여기서 만든 2007년산 와인이 지난해 세계적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매기는 '파커 포인트' 100점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됐다. 세계에서 10여 종밖에 안 되는 100점짜리에 신생 와이너리 제품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오래전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 회장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올 초부터 모자에 '온다 도로' 로고를 달았다.
그리고 지난 5월 미 LPGA투어 벨마이크로클래식에서 34개월 만에 우승했다. '온다 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황금 물결'이라는 뜻이지만, 사람들은 '온다 도로'를 뒤집으면 '도로 온다'가 된다며 부활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한국인이 만드는 '온다 도로'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찬사를 받았다는 새로운 사연을 담아 세계적 명주(名酒)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