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무지개, 구름으로 일기예보를?
속담 속에 숨어 있는 날씨 이야기 2010년 10월 25일(월)
‘가을비는 한 번 올 때마다 추워진다’는 말이 있다. 가을이 되면 여름보다 일사가 점점 약해지는데다 저기압이 통과할 때마다 차가운 이동성 고기압이 들어와 기온이 떨어져 더 추워지는 것이다. 이처럼 조상의 지혜가 담긴 속담 중에는 날씨에 관한 속담도 눈에 띈다. 조상들이 오랜 세월 관찰한 결과가 녹아있는 속담을 살펴보면 기상현상을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을과 무지개로 보는 날씨
|
▲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 ⓒHans Hillewaert(Wikipedia) | ‘저녁노을은 맑고 아침노을은 비’라는 속담이 있다. 노을은 햇빛이 공기 중의 수증기와 미세먼지 등에 산란돼 생기는 현상이다. 저녁노을은 서쪽 하늘이 맑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날씨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므로 저녁노을은 맑은 날씨가 곧 동쪽으로 다가올 것임을 알려준다. 아침노을은 동쪽 하늘이 맑다는 이야기인데, 동쪽 하늘의 날씨는 이미 지나가버린 상태다. 지나가버린 맑은 날씨의 뒤를 이어서 좋지 않은 날씨가 올 가능성이 저녁노을에 비해 높다.
‘아침 무지개는 비, 저녁 무지개는 맑음’에서는 무지개가 나타나는 시점으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무지개는 공기 중의 물방울에 햇빛이 굴절돼 나타나는 반원형 고리를 말한다.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킬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무지개가 생길 때 프리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방울이며 무지개는 태양 반대쪽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아침의 무지개는 서쪽에 생기게 되는데, 이는 동쪽은 맑고 서쪽은 비가 오고 있음을 뜻한다. 서쪽의 비가 곧 다가와 비가 내리는 날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의 무지개와 반대로 동쪽에 나타나는 저녁의 무지개는 비 내리는 날씨가 동쪽에 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씨는 이미 지나갔으므로 날씨가 맑아질 징조가 된다. 저녁 무지개는 여름철에 날씨가 맑은 날 오후에 생기는 국지성 뇌우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도 역시 맑은 날씨가 지속될 거라는 예고로 볼 수 있다.
|
▲ 폭포에 생긴 무지개. 무지개가 생긴 방향에 따라 강수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다. ⓒFir0002(Wikipedia) | 풍향이 말해주는 날씨 변화
‘가까운 산이 멀리 보이면 날씨가 좋고, 먼 산이 가까이 보이면 비가 온다’는 속담도 있다. 맑은 날에는 지면이 가열돼 대류와 난류가 발생한다. 대기의 움직임이 커져서 대기 중의 미세입자도 많아진다. 강한 햇빛이 많은 미세입자에 반사 또는 산란돼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많아지면 주위 사물과의 대조가 나빠진다. 그래서 먼 산 모양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러나 저기압이 접근해 구름이 낀 흐린 날씨에는 맑은 날에 비해서 햇빛이 약해져서 대류 등 대기의 움직임이 적은 안정한 상태가 된다. 대기가 안정하면 반사 또는 산란되는 햇빛이 적어지므로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도 적어져 먼 곳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산이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저기압의 접근 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
‘동풍은 비, 서풍은 맑음’이라는 말에도 근거가 숨어 있다. 동풍이 분다는 것은 저기압이 남서쪽에 있음을 의미한다. 저기압이 곧 다가올 것이므로 날씨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저기압에서 바람 방향은 반시계방향으로 중심을 향해 불어 들어간다. 그러므로 저기압의 중심이 남서쪽에 있을 경우 동풍은 저기압 중심으로 불어 들어가는 바람이 된다. 서풍이 분다는 것은 저기압이 통과하고 고기압이 서쪽에 있음을 의미한다. 서쪽에서 고기압이 곧 다가올 것이므로 날씨가 맑다.
가을과 겨울에는 ‘북서풍은 맑음, 남풍과 남동풍은 일기악화의 징조’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다.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 북서풍이 부는데, 고기압 영향을 받으므로 날씨가 맑다. 반면 대륙성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고 서쪽에서 기압골이 접근했을 때는 기압골이 통과하기 전이므로 남풍이나 남동풍 등 남풍 계열의 바람이 불게 된다. 기압골이 통과하면 날씨가 나빠지므로 풍향으로 날씨를 알 수 있다.
날씨, 구름 모양으로 예측 가능해
‘새털구름은 비 올 징조’, ‘양떼구름은 비를 몰고 온다’처럼 구름과 날씨에 관련된 속담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새털구름이라고 부르는 구름은 권운이며, 양떼구름은 고적운이다. 권운은 저기압 전면에 나타나는 구름으로 새털구름이 보인다는 것은 저기압이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양떼구름 또한 대기의 성질이 급격히 달라지는 구간이 있음을 보여주는 구름이다. 저기압이 접근하거나 성질이 다른 공기덩이가 접하는 면의 경우 날씨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 하늘을 뒤덮은 새털구름, 권운(Cirrus). 권운은 저기압 전면에 나타나는 구름이다. ⓒPiccoloNamek(Wikipedia) | 하지만, 양떼구름이나 새털구름이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날씨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새털구름의 경우 저기압 중심과 멀리 떨어진 위치에 나타나므로 저기압 중심의 이동 경로에 따라 비가 올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구름은 날씨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찬 느낌일 때 비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느낌일 때 눈이 올 징조’라는 말도 있다. 여름에는 저기압이 접근해 날씨가 흐려지면 햇빛이 구름에 차단되므로 일사량이 줄어 시원한 느낌이 들게 된다. 겨울에는 구름이 대기권 밖으로 방출되려는 복사에너지를 차단하며, 저기압 전면에서 남풍이 불어와 따뜻해졌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겨울 산에 안개가 많으면 큰 눈이 온다’는 속담도 있다. 안개는 매우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다니는 상태로 지표면에 가까운 구름이다. 겨울에는 차고 건조한 대륙기단인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해안지방에 비해 수증기가 유입될 만한 가능성이 낮은 내륙지방에서는 짙은 안개가 생성되기 어렵다. 하지만 대륙고기압이 약해지면서 남쪽에서 습윤한 공기가 유입된다면 짙은 안개가 충분히 생성될 수 있다. 이때 저기압이 통과하면 수증기가 모여 있는 상태이므로 큰 눈이 내리게 된다.
날씨와 관련된 속담의 내용을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속담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 깨달은 바를 함축적으로 담은 글이다 보니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령 우리나라 속담의 경우 북반구가 아닌 지역이나 중위도 지역이 아닌 경우 달라질 수 있다. |